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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큰 아이가 중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엔 손뜨개질이 유행했다. 밤늦게 다니니 추울까봐 교복 안에 입고 다니라고 털실로 조끼를 짜주었더니 난색을 표하는 거다. 입으면 투박하고 아버지 같아 싫다는 거다. 그러더니 이참에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쭈뼛거린다. 편하게 말해보라 했더니 독립선언이라도 하듯 단호히 말을 이었다.

초등학생 때엔 엄마가 짜준 옷이 마음에 들지 않고 촉감이 불편해도 참고 입었지만 이젠 입지 않겠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도 중학생이므로 학교생활은 알아서 하겠으니 자모회에 들지 말라는 거다. 친구들 중 자모회에 들지 않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면서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 부담이 된다는 거다. 나는 자모회를 탈퇴했다. 생각해 보니 뜨개질 하는 재미는 나 중심의 행복이었다. 가족들이 손뜨개 옷을 좋아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 이후 추억이 담긴 뜨개바늘은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살다보면 나라를 구하는 일도 아니면서 심각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세상에 어려운 일도 많지만,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누군가의 마음을 거절해야 하는 경우를 만나면 참으로 고민이 된다. 친절이 과하여 부담이 된다는 의사를 상대에게 전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이기보다 마음에 상처를 받고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가까이 지내는 젊은 여성이 내게 하소연을 한다. 같은 통로에 사는 이웃분이 베푸는 친절이 지나친데 본인은 그만큼 하지 못해 상당히 부담된다는 거다.

한동안 나와 가까이 지냈던 그녀가 생각났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그를 위로하다 가까워졌다. 그런데 한번은 우리 집의 세간들 위치를 자기소견대로 이리저리 바꿔놓는 거다. 어· 했지만 그러지 마라 하면 상처 받을까봐 그냥 두었다. 이튿날 시키지 않은 화분들이 배달돼 왔다. 그녀가 보냈다기에 가꾸는 취미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더니 꽃나무 싫어하는 여자 있느냐면서 부담 같지 말라고 말했다.

하루는 내 취향이 아닌 옷을 사와 입으라는 거다. 부담을 넘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달력에 표시한 내 생일을 보았다면서 거의 예물 수준의 선물을 주는 거다. 이건 아니다 싶어 실랑이를 했지만 놓고 갔다. 깊이 고민한 후 돌려주었다. 내가 원하는 바람직한 관계유지는 마음을 나누는 거라 했고, 그래야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선물이란 주고받아야 행복한 것, 처음엔 그녀가 서운해 했으나 물질을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서로 느끼며 한동안 좋은 교제를 나누었다. 남편 직장 따라 먼 지역으로 갔지만 지금도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낸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부담(負擔) 된다는 건, 말에 내포한 뜻 그대로 지금 처한 상황이 중한 짐을 진 것처럼 무겁고 버거워 벗어나고 싶다는 거다. 사람들은 '당신 친절이 싫어요.' 하지 못하고 부담이 된다고 표현한다. 부모의 사랑도 내방식대로 하면 부담으로 느끼게 되고 남녀 간의 사랑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일방통행하면 금시 깨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기소견대로 한다. 상대방을 대할 때 자기스타일과 자기취향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건 탁구공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서로 간에 호흡이 잘 맞아 공을 떨어뜨리지 않을 때는 라켓에 공이 맞는 소리부터 다르다. 딱 쿵, 딱 쿵, 리듬을 타며 공을 주고받노라면 상대가 누구든 관계없다. 동성끼리 치든 이성간에 치든 힘을 조절하여 치면 짜릿한 쾌감과 행복을 느낀다. 사랑도 친절도 사람이 하는 일,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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