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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2.02 17:18:06
  • 최종수정2021.12.02 17:18:06

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하나님! 성탄 전날에 눈을 펑펑 내려주셔요!" 하고 솜사탕 같은 소망을 올려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기도 응답이라도 된 걸까.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에는 동전만 한 눈이 펑펑 쏟아져 세상을 하얗게 덮곤 했다. 교회에서는 어설픈 솜씨로 연극 등 축하발표회를 했다. 행사를 마치면 학생부 청년부 각부서 별로 모여서 선물교환을 했다. 그런데 선물교환을 할 때는 흥미로운 규칙이 있다. 내가 준비한 선물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알지만, 내가 받은 선물이 누가 준비한 건지는 모르게 진행한다.

어느 해인가. 나는 정성껏 손뜨개질한 목도리를 선물교환 하는 날 가지고 갔다. 어떤 선물을 받을까 설레기도 했지만 내가 준비한 선물이 누구에게 갈까 하는 관심도 컸다. 내가 짠 목도리를 누군가가 두르고 다니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남의 행복을 몰래 훔쳐보는 기쁨이다. 내가 짠 목도리는 남자 후배에게 갔다. 그런데, 그가 다가오더니 목도리를 선물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혹시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준비한 선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거짓말을 했다. "글쎄? 00이와 00이가 털실 사러 다니는 걸 보긴 했지만, 네가 받은 목도리를 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하고 후배 여학생 두 명 이름을 댔다. 그는 입대할 때까지 베이지색 꿈을 열심히 두르고 다녔다. 목도리를 두르고 눈을 털며 예배당 문을 들어서던 그 후배가 선연하다.

남편에게는 나를 알기 전에 교제하던 여성이 있었다. 그들은 사정이 있어서 헤어졌다. 그런데 어찌하다 그 내막을 내가 알게 되었다. 가슴이 허허로운 그를 위로해주다 나의 마음이 열리게 됐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다. 열애를 시작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그에게 선물하려고 앙고라 털실로 조끼를 짜기 시작했다.

그를 생각하면서 한 올 한 올 뜨개질하는 기쁨은 그와 교감하는 나만의 방법이었기에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행복이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가 됐다. 완성된 검은색 조끼를 잘 포장해 들고 나가 그를 만났다. 그런데 그가 회색 털실로 짠 조끼를 입고 나온 거다. 그 시절 여성들은 손뜨개질한 장갑이나 목도리 조끼 등을 애인에게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다. 전에 교제하던 여성이 준 선물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한 조끼는 보여주지도 않고 말문을 닫아버렸다.

시린 가슴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이 비처럼 쏟아졌다. 여러 날 동안 그를 만나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그는 애를 태웠고, 나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헤어질까?' 하고 잠을 설치며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날도 눈치 없이 그 조끼를 또 입고 나온 것이 아닌가.

'다시 입을 닫아 버릴까 보다' 하다가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아 이유를 말했다. 그랬더니 깜짝 놀라면서, 주고받은 편지들은 모두 태웠지만 옷은 날씨가 추워 입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끼를 훌떡 벗더니 버리겠다며 쓰레기통을 찾는 거다. 조끼를 간직하려 했던 마음이 문제지, 아까운 옷을 왜 버리려 하느냐고 나는 되려 화를 냈고, 어쩌란 말이냐고 그는 당황해하며 싸운 기억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속에서도 성탄의 계절은 왔다. 지금은 선물 준비하는 설렘도 없고 연극 연습을 하느라 부산하지도 않다. 우리 젊었던 날들처럼 하얀 눈이 내리면 좋겠다. 아름다웠던 우리 몸짓처럼 나폴나폴 추억이 날리면 무작정 밖으로 나갈 거다. 아직도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세상을 고요로 채우며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걸을 거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세상은 흉흉하여도 먼 별 끝에서 불려 나온 선물처럼 내려오는 눈을 맞으며 소망을 노래할 거다. 올해도 눈은 청청한 진심처럼 간절함을 담고 여전히 아름다운 육각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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