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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04 15:48:41
  • 최종수정2024.01.04 15:48:41

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나는 할 줄 아는 게 너무 없는 사람이다. 지식도 너무할 정도로 부족하다. 아는 게 너무 없다 보니 살면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것이 없다.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땀 흘려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내본 적 없고, 자라서 도시로 나갔으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본 적도 없다. 살면서 '너무'란 말을 이기적으로 해석했다. '너무'란 부사가 붙으면 비생산적인 존재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고 용납해 줄 것 같아서다.

그나마 생산적인 일을 했다면 두 아이를 낳고 키워서 사회로 내보낸 정도다. 그 일을 그나마라고 표현한 건 여성들이 했던 보편적인 일을 이바지했다고 할 수 없어서다. 우리 때는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남성들은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일을 여성들이 자랑하거나 불만하지 않았다. 인구절벽이 이리 심각할 줄 알았다면 아이라도 여럿 낳을 걸 그랬다. 그때는 나라에서 산아제한 정책으로 못 낳게 했고, 인구절벽 시대인 지금은 늙어서 낳을 수 없다.

아는 게 없다 보니 나의 관심과 고민과 궁금증들은 거국적이거나 학문적이지 않고 단순한 것들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작품구조를 탐구하거나 논평하지 않고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는다. 백록담을 만났을 때는 지질학 관점이 아닌, '화산폭발 자국을 어쩌면 저리 동글게 냈을까….' 하고 말했다. 갯벌에 섰을 때는 바다의 기원이라든지 염화 가스가 어쩌고 그래서 바닷물이 짜다느니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바다더니 어느 날에는 땅이 되어버리는 바다의 두 얼굴을 신기해하면서 질펀한 흙 깊은 곳에 살고 있을 수많은 생명 들을 궁금해 했다. 별을 볼 때면 별과 나 사이 또 다른 별과 별 사이 거리를 안타까워했다. 눈을 감아도 또렷이 보이는 사람과 나의 거리에 대해 고민도 하고 안심도 하고 꿈도 꾸곤 한다.

바람이 좋으면 산책을 한다. 어느 친절한 손길이 마련한 벤치에 앉아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희희덕거리며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햇살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그때쯤 이브의 반란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나의 성격과 심장까지 염색해버린 평생 신앙의 결과와 한번 맞서보라 한다. 함락시킬 수 없는 성城과도 같은 내 안의 세계를 한 번쯤 허물어 보라 한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엉덩이가 아프도록 검불을 털면서 일어선다. 다시 걷다가 연초록 물이 함뿍 물든 집 한 채를 만나 멈춘다. '저 담장 너머로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겠지…. 아침이면 미지의 여인이 이슬 젖은 치맛자락을 끌며 걷겠지….' 이런 상상을 하다가 다시 걷는다.

접이식 새 달력을 펼쳐 책상에 세웠다. 한해를 넘기고 한 살 나이만 쌓아버렸다. 이런 날은 '너무'라는 부사를 가져와도 용납은커녕 씁쓸하기만 하다. 왜일까. 이 조증은 무슨 연유인가. 나를 헝클려고 두루 맴도는 그것들이 또 왔다. 나의 평안을 노리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들이다. 물리쳐야한다. 수없이 의식하고 또 수없이 잊고 사는 것, 감사를 불러낸다. 승리의 병기 감사로 둔중한 그것들을 물리쳐버린다.

언젠가 도래할 종착지를 그리면서 감사할 조건들을 헤아려본다. 아름다운 지구에 머물다 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몸무게가 늘어 옷이 맞지 않은 건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음이다. 주차공간이 없어 멀리 차를 대고 걸었던 건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거다. 음정이 맞지 않는 옆 사람 찬송 소리가 신경을 건드려 불편했던 것도 내게 절대음감 주심을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사는 이들이 태반이거늘, 편안하게 살아온 것은 축복이었다. 세상의 모든 강이 바다를 그리워하며 흐르듯이 우리는 모두 그곳을 향하여 간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그 강물에 몸을 싣고 가고 있다. 그랬다. 모든 것이 은혜, 은혜인 것을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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