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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고령의 어머니께서 낙상하셔서 척추 뼈가 골절됐다. 처음 입원하실 당시엔 내과적 문제가 아닌 단순한 뼈의 문제이니 시간이 가면 나아지시겠지 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심장 등 주변장기들에 부종이 와서 예기치 않게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저 넘어지신 것인데…. 부정하고 싶지만 길게 눕는 노환으로 이어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인류역사 이래 죽지 않은 이가 없고, 우리도 언젠가는 따라 간다는 필수불가결한 일이, 가족이 되고 보면 몹시 힘들고 당황스럽다.

담당의사가 보호자 면담을 요청해서 종합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나아지시기는커녕 혼자선 거동도 못하실 뿐 아니라 소변 줄을 끼우고 신장과 심장치료를 계속 받아야만 하는데, 한 달이 넘었다는 이유로 방을 비우란다. 받아들일 수 없다 사정하고 했지만, 수술한 상태가 아닌데 장기입원하면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니 의사도 간호사도 처방전을 가지고 노인전문병원으로 가라는 사무적인 말만 반복한다.

고귀한 한 생명을 법이란 규칙을 세워 지구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해 세워진 법인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할머니로 인해 병원이 손해를 본다, 젊고 위급한 환자를 할머니 때문에 3차종합병원에서 받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고 설득하니 노인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어머니가 노인병원에 대해 극심한 부정적 생각을 갖고 계신 거다. 그곳은 죽음으로 가는 수순이고 관문이라는 인식으로 몹시 거부하시는 거다. 그곳도 병원이고 의사도 있다 설득하고 하여 모시고 갔다. 크고 시설이 좋은 병원임에도 건강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을 보신 어머닌 충격으로 호흡곤란이 오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너무 놀란 나는 구급차를 불러 방금 나온 종합병원 응급실로 되돌아갔다.

치료법은 같은데 왜 돌아왔냐고 난색을 표하는 병원에 항의하다시피해서 보름을 연장 받았다. 마음은 아직 한창인데, 망가져가는 육체 자주 갈아줘야 하는 대소변 기저귀, 지루하게 계속되는 이 일들을 겪으며 죽음으로 가는 수순에 들어서신 어머니가 너무 애처롭고 마음이 아프다. 보일러가 터질까봐 이웃집에서 준 고구마가 얼까봐, 냉장고에 홍시가 썩을까봐, 온갖 염려를 하시며 집으로 가고 싶어 하신다.

간병인 손에 의해 식사와 용변을 해결하는 현실이 기막히다. 감정적 유대가 없는 기계적 돌봄뿐인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거쳐 요양원으로 전전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내가 모시다 그날이 오면 가족들 품에서 가시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심각한 고민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간병인처럼 어머니육체를 잘 다루어 씻기고 용변을 받아내고 음식을 수시로 먹여드릴 수가 없다. 그리고 어머니는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매일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외래진료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인간이 존엄을 지키면서 죽을 수 있을까? 훗날 나에겐 어떤 죽음이 올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 들어서신 어머님을 보며 죽어가는 인간의 시간을 적나라하게 겪고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 내게도 무심히 닥칠 늙음과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으로 가는데도 수순이 있고 그 수순은 시대 따라 변했다. 과거엔 부모님이 누우시면 집에서 모셨으나 현대엔 집보다 시설이 좋은 노인전문병원에서 자식보다 훨씬 잘 돌본다. 그러나 병원은 혈압 등 생리적인 문제를 체크만할 뿐이다. 부모님이 누우시면 자녀들은 무엇을 고민해야할까· 5일이면 끝나는 장례절차가 아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부모님이 사후소망을 갖으시고 누구에게나 닥칠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도록 돕는 정신적인 일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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