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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31 14:23:32
  • 최종수정2022.03.31 14:23:32

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문은 공간과 다른 공간을 잇는 연결고리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대문, 자동차 문, 회사나 일터의 문 등 여러 종류의 문을 나들면서 세상과 소통한다. 지금은 주택이나 아파트 거실이 전면 유리로 되어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해마다 풀을 쑤어 창호지로 문을 바르셨다. 유리가 귀했던지 문을 바르실 때, 딱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네모난 유리를 창틀에 대고 바르셨다. 유리 높이는 방 안에 앉아서 밖이 내다보일 정도였다. 그 작은 유리창은 바깥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유발했다. 나는 그 유리 너머로 밖을 보며 아이들이 나왔나, 누가 지나가나, 하고 바깥세상을 살피곤 했다.

대형 빌딩 현관에 설치한 회전문을 처음 접했을 때였다. 통유리 둥근 회전문을 밀면 빙그르 돌아가 사람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날 그 건물에 들어가는데 누군가 마주 나오면서 문이 저절로 열렸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문이 열리다니 기막히게 좋은 세상이군.' 하면서 스스럼없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려야겠는데 타임이 놓쳐지면서 내려지지 않는 거다. 건물 내부가 보였다가 밖이 다시 보이면서 몇 바퀴 빙빙 돌아 당혹스러웠다. 방금 나온 이는 저만치 잘도 걸어가는데 말이다.

한번은 상경하여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가다 난감한 일을 겪기도 했다. 교통카드를 인식하는 곳에 댔는데 굵은 쇠붙이 가림대가 도무지 꼼짝 않는 거다. 카드를 다시 대봐도 안 열린다. 이럴 수가, 촌사람이라고 얼굴에 쓴 것도 아니건만 알아보다니, 이거 참 자존심 문제다.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뒤에 있는 이가 열어주었다. 표를 인식하는 전자장치 오른쪽에 대야만 열리는 걸 왼쪽에 대고 열리기를 바라다니….

문 여는 방법을 몰라 절절맸던 나와 달리, 온몸으로 문을 박차고 나오는 아이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주일날 교회에서 식사 당번이 되면 반찬을 쟁반에 담아 식탁으로 날라야 했다. 그날, 우리 조가 당번이라 상차림을 하는데 한 아이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식당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나는 주방에서 반찬이 담긴 쟁반을 들고 상차림 하는 방과 연결된 유리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순식간에 유리문을 뚫고 내 쪽으로 축구공처럼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피투성이가 된 아이 얼굴…. 바닥에 내동댕이쳐 널브러진 반찬들…. 그 장면은 두고두고 선명하다.

절그럭절그럭 탕! 빙그르르…. 지하철 개찰구나 회전문 출입하는 일이 남들에겐 일상적인 일이거늘, 아무런 의문이나 작은 두려움도 없이 자연스럽게 통과하거늘, 처음 접하는 내게는 통과하기 힘든 난문이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의 리듬에 끼어들지 못하는, 부정할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잠시였지만 갇혀 있을 때 어이없게도 온몸으로 치받아 유리문을 통과했던 아이가 생각났었다.

하지만 세상에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손으로 열지 못하면 기계를 동원하면 되고 유리는 부수면 된다. 지하철 쇠막대 가림대 정도는 체면 가리지 않고 몸을 낮추어 통과하면 그만이다. 처음에만 난문이지 그 뒤 나는 회전문도 개찰구도 문제없이 통과한다. 개찰구는 능숙하고 유려하게 지나고, 회전문을 통과할 때는 부드러운 춤과 같이, 매일 드나드는 사람처럼 태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두드리고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이 있으니, 닫힌 마음 문이다. 마음을 닫는 건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그를 향해 문을 닫아버린 경우가 많다. 산을 한 삽씩 떠다가 바다를 메우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망망대해를 가르고 길을 내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닫은 이가 안에서 열지 않으면 열 수 없다. 그러기에 한 사람 마음을 얻으면 우주를 얻는 거라고 하는가 보다.

살아간다는 건 모름지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러므로 한 우주를 버리고 문을 닫은 이도 행복하지는 않다. 문을 열어야 한다.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는 안에만 있다. 용서라는 말이 너무 상투적이면 회전문 안에서 빙빙 도는 경험이라 여기자. 그리하면 또 받게 될 수도 있을 상처 따위가 두려움이 될 수는 없다. 회전문 따위는, 가림대 정도는, 자유롭게 처리하며 너끈히 통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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