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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충북대 평생교육 수필창작반 강사

주일오전 8시에 드리는 1부 예배를 마치면 9시가 넘는다. 11시에 또 예배를 드려야하니 집에 다녀오기 어중간한 시간이다. 커피를 타서 4층 창가로 가서 앉는다. 내려다보이는 영운천은 사계가 다르다. 이제 한 시간 남짓 기다리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인형처럼 생긴 천사가 댓똥댓똥 걸어 나와 안길 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종에서 청주까지 달려오는 우리아기, 오늘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머리는 묶었을까 풀어 내렸을까, 매주 다르게 연출하고 나타나는 아기모습을 상상하며 미소 짓는다. 무엇과도 바꿀 수는 없는 기쁨이다. 지난 삼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언제였냐 묻는다면 주일이었노라고 대답할 거다. 아들 내외가 신혼여행 다녀왔을 때였다. 아들이 자란 교회이니 매주일 청주로 와서 예배 함 좋겠다, 새아가와 정도 들이며 한 가족임을 확인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 제안했었고, 아들내외는 받아들였었다.

나는 주일이면 여섯시부터 준비하여 일곱 시 반이면 집을 나온다. 겨울에는 그 시간이 새벽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이르다 보니 1부엔 반주봉사자가 없어 내가하고 있다. 몸이 아픈 날도 있고 죽을 만큼 일어나기 힘은 날도 있다. 그런데 삼년간은 천사를 보는 기쁨에 힘이 났었다. 눈은 악보를 보고 손가락은 건반 위를 다니지만 생각은 손녀에게 갔었다. 설교시간에도 목사님을 바라보지만 손녀와 만나 노는 상상을 하다가 '온전한 예배를 드려야지' 하고 정신을 가다듬을 때가 많았음을 고백한다. 가족이 모여서 11시 예배, 오후2시, 종일 예배드리는 기쁨을 무엇에 견주랴.

"새해부터는… 세종에 있는 한 교회를…정해서 출석하겠습니다." 한해 끝자락인 며칠 전에 아들이 더듬거리며 한 말이다. 며늘애는 죄라도 지은 듯 옆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그래야지, 그만함 됐지 삼년간 먼데서 다녔으니 이제는 보내야지. "저렇게 장대 같은 사람이·" 아들을 소개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는 것이거늘, 눈을 마주치려면 직각으로 올려다 봐야하는 아들의 현재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아들에 대한 과거에 묶인 시간의 편린들이 있다. 열여덟시간의 산통 후 아기를 처음 대면했을 때의 환희, 눈도 뜨지 못하는 조그만 생명이 고개를 흔들면서 내 가슴만 파고들던 모습, 찌르르 저절로 젖이 돌며 아이와 하나가 되던 감동…. 시간 따라 모든 것들은 흘러가고 변하고 바뀌는 것이거늘 그런 기억은 아이아빠가 됐어도 변하지 않는다.

정유년새해 첫날주일이 밝았다. 매일 해가 뜨고 지며 시간은 후퇴를 모르고 앞으로 잘도 가기만 한다. 오늘도 1부 예배를 마치고 창가에 앉아 영운천을 내려다보았다. 습관처럼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다 머리를 흔들었다. 허옇게 탈색되어 버린 무리지은 억새풀들 사이로 여전히 청둥오리 두어 마리는 동동 떠다니는데…. 내 무릎에 앉아 가운을 입고 저 앞에서 찬양을 하는 제 아빠엄마를 찾아 고사리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아기가 없다. 오후예배 준비찬양을 할 때마다 기타 연주하던 아들이 없다.

마음을 비우라는 주제로 새해 메시지를 주신다. 어떻게 마음을 비우나. 널브러진 물건들을 깨끗하게 치우듯 마음도 치워지면 좋으련만. 사도바울도 어려운 일일게다. 보내라 하신다. 어떻게 보내나. 우편물을 보내듯 떠나 보내지면 좋으련만. 그리만 된다면 성인군자 일거다. 어찌 자식을 그리는 마음을 비우고 어찌 자식을 떠나보내나. 내 맘을 알아채신 듯 비우고 보내지 못하면 내려놓으라고 하신다. 그래, 그건 좀 가능하겠다. 더구나 마침표를 찍고 가는 시점 아닌가. 매일 뜨는 같은 태양에 의미를 두는 건, 멈추고 돌아보며 비우고 내려놓고 가잠 아니던가. 산다는 건 내려놓기 위한 발버둥 같은 것, 내려놓자 생각하니 한 결 마음이 가볍다. 감사는 찾아서 하는 것, 아기가 없으니 온전히 예배에만 집중할 수 있구나. 그도 감사할 일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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