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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06 17:07:35
  • 최종수정2020.08.06 17:07:35

임미옥

청주시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사진 속에 두 사람이 있다. 남자와 여자인데, 남자는 널찍한 바위에 누워 있고 여자는 비스듬한 자세로 남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허연 다리를 내놓은 여자는 반바지를 입었다. 남자 발밑으로 하얀 포말이 소용돌이치는 것으로 보아 깊은 계곡이지 싶다. 보라색 모자를 베고 누운 남자 머리맡에는 바위틈을 비집고 초록색 잡풀이 올라왔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투명한 사각 플라스틱 통에 노랑 귤이 몇 개 있다. 귤을 까서 그대 하나 나하나 했는지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에 껍질이 쌓여 있다.

이렇게 설명이 되는 사진 한 장이 단체 카톡 방에 올라왔다. 금시 방안이 시끌벅적하다. 남녀가 계곡에 갈수도 있잖은가 이 더위에. 문제는 부부가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한 사람은 단체를 만든 선생이고 여자는 제자다. 흥미를 끌만하겠다. 청춘은 아니지만, 팔순 넘긴 스승과, 이순 넘긴 여성 제자가 한적한 계곡에서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고, 요상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혔으니 말이다.

'대낮에 남녀가 이런 야스런…' '이제 두 집안 작살났다' 사진 올린 이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았다. 그러자 단체에 도움 안 되니 게시물 내리라고 누군가 놀라서 정색하는 글이 올라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다른 이가 끼어들었다. 게시물 내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하며 임원 한 분까지 나서며 한마디 했다. 그러자 사진을 게시한 이가 당황했는지 장난운운하며 삭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 폰에서만 지워질 뿐, 이미 본 사람들 폰에는 그대로 보인다.

상황이 이정도 될 때까지 나는 단체 톡을 안 보고 있었다. 일 났으니 빨리 단체 방에 들어가 보라는 연락을 누군가로부터 받고 그룹 톡방에 들어가 보니, 이런! 사진 속 여자가 바로 내가 아닌가! 그때 사진을 올린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난 좀 했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당황해한다. 계곡에 갔던 사람들만 보는 작은 방에 올려 한 번 더 웃자고 한 노릇이, 엉뚱한 방에 올리는 실수를 했지 싶다. 게시물 옆에 숫자를 보니 어느 새 많이들도 보았다. 딱 봐도 장난한 건데 오해를 살법하긴 하다.

약간의 설명이 더 필요하겠다. 우리 단체는 회원이 80명이 넘는다. 그런데 상하 개념은 아니지만 절반 정도 되는 41명 회원으로 구성된 작은 단체가 다시 뭉쳐있다. 큰 단체 안에 작은 단체가 형성되어 이원화로 활동한다. 41명은 양쪽에 가입해 있다. 그렇다 보니 전체회원이 소통하는 큰 방이 있고, 41명만 소통하는 방이 있다. 오늘 작은 단체 회원들이 지난 연말 총회 후 처음으로 계곡에서 행사를 가졌다. 계곡까지 간 것은 귀신같은 코로나19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고자 함이었다. 행사가 있는 걸 모르는 큰방 식구들로선 불쑥 올라온 사진을 보고 놀랄 만도 하겠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더 나가기 전에 액션을 취해야겠다.

「사진이 물의가 됐군요. 당사자인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오늘 00회 회원들 행사가 이색적으로 대야산 계곡에서 있었습니다. 한옆에 누워 쉬시는 00님께 00회 회장으로서 드릴 말씀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무릎 보호대를 한지라 불편해서 다리를 뻗었고요, 바위가 미끄러워 자꾸 딸려 내려가 한 팔로 몸을 받치다보니 누운 것처럼 보입니다. 누군가가 몰래 사진을 찍었고, 장난 끼가 발동하여 작은 방에 올리신다는 게 실수로 큰 방에 올리신 것 같습니다. 사진은 호젓해 보이지만, 제 등 바로 뒤 1미터쯤에 참석 회원 31명 전원이 계셨답니다. 양해 바랍니다. 임미옥 올림」

이렇게 해서 일단락됐다. 해명을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해명을 못한다면 살아있으나 죽어 사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니 말이다. 해프닝을 겪으며 옷깃을 여민다. '나만 떳떳하면 돼' 했던 평소 생각마저 겸손을 상실한 위험한 교만이었다. '스스로 자유하다면, 제사음식을 먹는 것이 죄는 아니다, 하지만 율법을 어기는 자신을 보고 형제가 실족할까하여 먹지 않겠다.' 하고 말한 사도바울이 생각났다. 행사 후에 순간포착으로 건진 살인 웃음 장면들을 우리만 보는 방에 올려놓고는 한 번 더 웃는 일은 전부터 종종 있어왔다. 그런 일은 웃을 일 없는 세상에 깜짝 보약이기도 했다. 이 장면도 그중 한 컷에 지나지 않는 것을, 잠시 진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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