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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남편이 쓰레기봉투 안으로 한쪽다리를 집어넣고, 양 날개를 잡곤 지그시 밟는다. 픽……! 켜켜이 쓰레기들 주저앉는 소리…. 납작하게 눌린 쓰레기들이 지층을 만든다. 새벽기도 마치고 우리부부는 자원하여 오년 째 교회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열네 칸 화장실을 청소하고 각 실의 쓰레기통들을 비워 내놓으면 부피가 많아 50리터봉지로 어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박스 깡통 빈병 종이컵 등 재활용 할 것들을 분리한 뒤에, 가연성들은 지그시 밟으면 신기할 정도로 한없이 들어간다. 한없이 라고 표현했지만 '지그시' 가 따라야한다. 쓰레기를 치우며 '지그시'란 말이 좋아졌다.

보인다. 투명한 가연성쓰레기 봉지 안에 묻힌 종이컵이. '바닥에 쏟고 골라내· 밟으라고 저쪽으로 던져·' 스친다. '고마워유! 고마워유!' 하시며 작은 수레를 끌고 대똥대똥 오실 할머니 모습이. 숨 좀 참으며 고르면 할만하다. 각 실에서 나온 봉지에서 몇 개씩만 골라내도 그게 어딘가. 편다. 꼬깃꼬깃 구겨서 버린 종이컵을 펴는 일이 귀찮지 않음은, 과거에 내가 그랬듯 나름 부피를 줄이려한 마음들을 알아서다. 빼꼼 보인 컵 하나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생명줄을 골라낸다. 수없이 많은 독거할머니 생명줄들을 골라 탑처럼 쌓곤 오늘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흐뭇해한다. 가져가주시니 고마운 건 우리인데 오늘도 두 번 인사를 받자니 짧은 고민이 부끄럽다.

집으로 오면서 큰길 전봇대아래 쌓인 쓰레기더미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종량제가 아닌 일반봉투에 담아 슬그머니 내놓은 양심들이 많다. '일등경제 으뜸청주' 라고 쓰여 있는 남편이 내놓은 짙은 핑크색 50리터짜리 봉지가 착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도드라진다. 거리는 물론 구석구석에서 쓰레기조각하나를 발견할 수 없는 일본국민들 의식을 언제까지 부러워해야만 하나. 우리에게는 정녕 요원한 일일까.

쓰레기를 치우다보면 우리 사는 것이 매일 매일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쓰레기방출은 마구하면서 치우는 일에는 너무 무신경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일이다. 음식물 잔반을 비롯하여 생활의 여러 전반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그야말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드러낸다. 평소에는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쓰레기더미를 만나면 그 안에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생활들이 고스라니 드러난다. 나가는 음식물잔반을 보면서, 맘껏 먹고 버릴 만큼 풍요로운 세상 주심에 대한 감사와, 우리의 식욕의 찌꺼기에 대한 안타까운 두 마음이 교차한다.

세상에 쓰레기에 미련을 두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비우기를 더디 하면 쓰레기가 넘쳐 청결하게 살 수가 없고, 쌓아두면 불편함 때문에라도 수시로 비우면서 산다. 쓰레기를 비우는 것처럼 우리가 비워내야 할 잘못된 습관들이나 잘못된 생각들이 있다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하거늘…. 우리 안에 꼭꼭 감춰둔 잘못된 찌꺼기들은 없는지, 내 안에 비워내지 못한 청산해야 할 것들은 없는지 쓰레기를 치우며 생각한다. 세상에 숨기고 싶은 부끄러움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데 묶어서 은밀히 버려도 누군가에게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것도 쓰레기를 치우며 알게 된다.

쓰레기를 치우며 언어의 쓰레기들에 대한 생각도 한다. 언어는 그 속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면 서로 내뱉은 언어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쌓인다. 몹쓸 파편들을 낱낱이 가려낸 다음 언어를 뽑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내 스타일이라면서 정제하지 않고 쏟는 이도 있다. 세수하고 나온 아침 하늘이 푸르고 깨끗하다. 온갖 풍상도 저 하늘처럼 깨끗하면 좋겠다. 계절적으로 보나 문장 상으로 보나 낭만적인 '낙엽을 태우며' 가 아닌 쓰레기를 치우며, 생각이 '미필적 고의'로 번져다 보니, 힘든 일도 아니고 자랑할 일도 숨길 일도 아닌 우리부부의 일상을 드러낸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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