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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전에 살던 동네에서 있었던 일이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화단의 측백나무들이 3층 정도까지 무성하게 올라와 있었다. 키 작은 꽃들도 많건만 하필 측백나무를 심어 일 년 내내 해를 가린다고 저층 사는 주민들이 불평하는 걸 듣곤 했었다. 그런데 하루는 우리화단에 있는 한 측백나무가 장한 일을 해내었다. 20년 넘게 그곳에 서있던 측백나무 한그루로 인하여 한사람 생명을 건지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통로 15층 옥상에서 누군가가 투신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했는데,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걸려 충격이 완화되면서 목숨을 건졌고, 병원치료 후 건강히 생활한다.

얼마나 힘들면 죽을 결심을 했을까. 소중한 생명을 살려낸 측백나무가 귀했다. 화단에 나무를 심은 누군가의 발상도 고마웠다. 어린나무였다면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하니 나무가 대견했다. '이때를 위해 가지를 무성하게 키우며 거기 오래 있었느냐…' 하며 창밖을 내다보니 세상에! 그 나무의 가지가 찢기고 부러져 속살이 허옇게 보이는 게 아닌가. 나무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까. 문구점에 가서 아이보리와 갈색으로 배색된 예쁜 리본을 샀다. 의자를 가지고 나가 위에 올라 까치발을 딛고 최대한 높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리본을 꽁꽁 묶어 주었다. 철없는 젊은이가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끔찍한 행동을 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난 후론 딴 사람이 됐단다. 그 후 부모 속을 썩이지도 않고 사회적응도 잘하며 산단다.

성경인물 에스더가 생각난다. 출중한 미모인 그녀는 유대인임에도 자기민족을 치리하는 페르시아제국 왕비가 된다. 그런데 '하만'의 계교로 유대인들을 대거 학살하라고 아하수에로 왕은 어인을 찍어 조서를 내린다. "네가 오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이때를 위함이 아니더냐?" 고아였던 그녀를 키워 궁중으로 보낸 사촌오빠가 할일을 하라추궁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가 있을까. 왕이 부르지 않았는데 나갈 경우 그날 왕 기분에 따라 고개를 돌리면 왕후라도 가차 없이 사형에 처하던 시절이었기에 그건 몹시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목숨을 내놓을 때가 이르렀음을 느낀다.

에스더는 일사(一死)각오를 한다. 그리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왕 앞으로 나간다. 하늘이 감동했는가. 아름다운 그녀를 보자 왕은 사랑스러운 생각이 치솟아 즐겨 맞이하며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약속한다. 당연히 '하만'의 계교를 고했고, 유대인들 대신 하만 목이 나무에 달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에스더가 자신의 안일만 추구했다면 기적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혹시 자신에게 이른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해도 생각만하고 용기 내어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주신 빼어난 용모나 오늘 왕후자리는 큰 의미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비록 나무지만 측백나무처럼 무성한 이파리와 가지를 튼튼히 키우며 준비했다가 가치 있게 쓰임 받았다면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하물며 사람이랴. 자라나는 세대들은 귀하게 쓰임 받는 그때를 위하여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누구는 오래 공부하고 누구는 열심히 돈을 벌고 또 어떤 이는 전문분야에서 끝없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인류에 공헌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일이다.

나에게는 무슨 좋은 것이 있는가. 남보다 재물이 많은가? 권력이 있는가? 그것이 기술이나 의술일 수도 있고, 남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특별하여 위로를 잘할 수도 있겠다. 남이 갖지 못한 것이 내게 있다면 이때를 위하여 주심이 아닐지 살펴볼 일이다. 그리곤 그것을 사용해야할 상황이 왔을 때 결단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많은 지식을 쌓아 혼자만 알고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누군가에게 있는 특별한 재능이나 예능의 끼를 자신만을 위해 몰래 쓴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적은 함께 나눌 때에 일어난다. 꽁꽁 덮어 둔다면 기적은 비껴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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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