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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충북대 평생교육 수필창작반 강사

홍학들이 무리지어 바닷가를 가득히 메우는 곳, 대서양의 어느 해변을 지나 아프리카 나미비아사막으로 날아가고 싶다. 소설 속의 스페란차 섬이 있고 방드르디가 있을 것 같은, 태평양의 끝 같은 환상의 공간이 아니다. 실재하는 그곳, 광활하고 붉은 모래사막을 걷는 느낌은 어떨까. 수통과 마른 빵 두어 조각이면 하루양식으로 족하리라. 솜이불을 밟는 듯, 구름 위를 걷는 듯, 폭신폭신 편안하지만은 않을 거다. 그러나 몸을 혹사하면서 고독에 젖기도 하고 극도로 배가고파 보기도 하는 거다.

끝없이 펼쳐지는 붉은 모래주단 길을 걷고 걷다 쉬어가자. 그리고 사막에 등을 대고 누워 두 팔을 벌리고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해보자. 떠나보면 알게 된다. 내 마음이 닿는 곳이 어디인지를. 붓으로 칠한 것 같은 새털구름 사이로 달리는 그 끝에 그리운 얼굴이 확연한 마음처럼 보이겠지. 먼 곳으로부터 온 바람이 작은 몸의 흔적을 금시 지워버릴지라도 슬퍼하지 말자. 어차피 산다는 건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그 순간만큼은 뜨거운 태양으로 살고 지나리.

바람과 빛이 빚어낸 땅, 사막의 모래바람이 하늘기둥을 만든 뒤, 홀연히 가라앉으면 멀리 신기루가 보이는 곳, 그런 곳에서 검은 밤을 만나고 싶다. 정적이 감도는 황량한 땅에 푸른 달빛이 쓸쓸히 그림자를 드리우면 나도 모르게 간절한 마음이 될 거다. 너무 간절하면 기도가 된다했던가. 별나라에서 날아와 불시착한 어린왕자를 만날 줄이야…. 꿈의 동산 유토피아, 에덴의 동쪽 같은 그곳에서 어린왕자와 밤을 지새우는 건 영원처럼 소중한 일이리. 사막에서 보는 별은 어떤 느낌일까·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를 듣다 따뜻한 모래침대에서 잠들고 이슬 맞고 일어나자.

시간과 햇빛이 빚어낸 땅, 붉은 모래언덕에 올라보자. 또 하나의 바다, 사막이 펼쳐지고…. 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분홍날개를 갖고 있는 수만 마리 플라밍고 떼가 꿈결처럼 축복처럼 일제히 창공으로 날아오르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려니, 시인의 말처럼 그리운 사람을 맘껏 그리워하는 거다. 무엇으로도 햇빛이 가려지지 않는, 온몸이 땀으로 젖는 그곳에서 몸을 사막 아래로 던져 떨어져보자. 푹신한 모래사막이 사뿐히 몸을 받아 주는 그 순간의 그 짜릿함을 어디에 견주겠는가.

부드러운 춤사위로 새처럼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가다가 회색 고목들을 만나면 발이 얼어붙고 말거다. 드넓은 모래바다 가운데서 죽은 채로 천년을 이어온 화석 같은 나무들을 망부석이 되어 한참을 바라볼 거야. 시간이 멈춘 듯 그 모습 그대로 박제된 몽환적 풍경을 대하면 경전을 대하듯 절로 겸허해질 거다. 그 쓸쓸하면서도 황량해서 아름답고 적막하면서도 신비로워 눈물이 그치지 않으리라.

내 마음 한없이 너그러워지니…. 어미 잃고 다쳐 쓰러진 아기기린이라도 만나면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티끌을 뒤집어쓰고 떨고 있는 녀석과 눈을 맞추고 가만히 쓰다듬으며 함께 울어주면서, 귀하게 발견한 야생화로 화관을 엮어 씌워 줄 거다. 다시 걷다가 사람 키를 족히 넘는 높이와 둘레로 쌓은 피라미드 형태의 흰 개미집을 만나 감탄도 해보자. 얼마큼의 땀과 시간이 빚어낸 작품인가. 이 척박한 곳에서 거센 바람 견디고 건재한 그들의 보금자리가 신기하여 찬사하며 아리아를 부르자.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쌓인 품이 넓은 붉은 모래바다, 작은 알갱이가 끝없이 모여 산을 이루고 그 깊음 아래로 물길을 품어 생명을 나눠 주는 사막을 예찬하리. 서로 장악하려 겨루지 않고 크든 작든 부자도 가난한 이도 함께 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곳, 종교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받아 주는 그곳에 가고 싶다. 모래언덕 너머로 검푸르게 넘실대는 대서양이 보이는 바람과 햇빛, 신의 땅으로 꿈처럼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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