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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사람인가…. 백조인가…. 한 청년무용가의 몸짓이다. 부드럽고 처연하게, 굵직하나 섬세하게, 느리고 빠르게 이어가는 춤사위 너머로 물빛 파란 호수가 보인다. 호숫가에 홀로 서서 몸으로 우는 새처럼….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슈즈로 누비면서 그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날 나는 해금 가락에 가슴을 태우듯 그에게 끌려다녔다. 충북예총이 주관하는 '문의에 살다' 프로젝트 개막식이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에서 있었다. 현대무용으로 개막식 문을 열었는데, 무대가 실내 마루가 아닌, 미술관 옥상 시멘트 바닥이었다. 쌀쌀한 기온에 바람까지 불어 관객들은 옷깃을 여미었다. 그래서일까. 애틋한 연민이 더해지면서 무용 예술의 미(美)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아이가 운다. 아니 첼로가 운다. 그날 청년무용가 춤사위로 울던 아이가 투영됐었다. 눈물도 언어다. 화가 나도 울고 허탈해도 속상해도 기뻐도 운다. 아이 눈물은 음악대학교에 합격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합격을 꿈꾸며 준비한 세월이 중고등학교 6년, 재수 삼수를 했다. 엄마는 퇴근 후 밤이 늦도록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며 뒷바라지했다. 왼손가락 손끝마다 굳은살이 박였고, 오른쪽 어깨가 아파 수차례 고생도 했다. 그렇게 연습해도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악기가 문제였을까. 엄마가 대출을 받아 거액을 주고 악기를 바꿔주었다. 그리고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한 것이다.

첼로를 전공한 조카는 속도는 늦어졌으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집집을 돌면서 첼로를 가르친다. 대학생들에게 보태지는 아르바이트가 식당 도우미나 주유소보다는 제법 폼 난다. 아파트 한 채 값을 투자받았으니 결혼 전 엄마에게 갚는 것이 목표라며 멋 내고 싶고 비싼 옷 입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생활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부채를 벗어날 길이 요원하기만 하다. 부채란 놈이 가슴을 짓누르며 진탕 즐기는 바람에 버겁기만 하다. 또 울 일이 생겼다. 결혼상대자가 나타난 거다. 조카는 신랑감에게도 엄마에게도 말을 꺼낼 수 없다면서 운다.

'칼 마르크스'는 "예술이란 현실 밖에 있는 것이며, 인간의 현실적 욕구가 충족된 다음에 등장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 유럽 여행 중에 내가 만나본 걸작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빵조차 해결하지 못하여 삶이 가장 힘들 때 이룬 작품들이어서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과거의 거장들이 남긴 조각이나 조형물들 역시, 현실을 도외시하고 표현한 작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인간들의 여러 몸짓이었다. 창조를 하는 예술은 위대한 일이며, 인간의 삶이나 현실과 멀리 떨어진 신선놀음이 아닌 삶 자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예술,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매혹적인가. 작가는 갔어도 작품은 길이 남아 후대인들을 감동시키니 말이다. 예술가에게 예술은 숨이다. 오렌지빛처럼 통통 튀는 무궁무진한 창조성을 주체할 수 없어 그것에 온 몸을 던지게 된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자신만의 준열한 가치관과, 영혼과 뼛속까지 예술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난을 물처럼 마셔야 하는 험난한 길이어서다. 그런 줄 알면서도 그 간절함이 아스팔트를 비집고 나온 새싹처럼 영험으로 일어나니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삶은 한 번도 우리를 부드럽게 이끄는 법이 없다. 그러나 예술은 너무도 쉽사리 쉼을 주고 즐거움을 준다. 언젠가는 우주와 이웃하여 살 때가 올 거란다. 그때 우주인을 안정시켜 소통하는 도구로 바흐 베토벤 음악을 우주선에 실려 보내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런데도 예술인들은 가난하다. 중세 예술 르네상스를 이루도록 예술가들에게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도 우리에겐 없다. 연극을 보러, 국악을 보러, 전시회를 보러 가는 거다. 입장표를 사고 보내는 내가 박수갈채가 작은 메디치일 수 있다. 무용이 끝났다. 오늘도 공짜로 구경했다. 미안해서 박수도 못 보내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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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박상복 충북약사회장 "혁신·소통으로 도민 건강 지킨다"

[충북일보]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상복 충북약사회장은 본보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1년을 '혁신'과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은 청주시약사회장을 거쳐 충북약사회를 이끌며 시 단위의 밀착형 집행력을 도 단위의 통합적 리더십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해 왔다. 박 회장은 취임 후 가장 주력한 행보로 '조직 혁신'과 '소통 강화'를 꼽았다. 정관에 입각한 사무처 기틀을 바로잡는 동시에, 충북 내 각 분회를 직접 방문해 현장의 고충을 청취하는 '찾아가는 회무'를 실천했다. 지난 한 해 괴산, 옥천, 영동을 직접 방문했고, 충주·제천은 총회를 계기로 얼굴을 맞댔다. 나아가 분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워크숍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박 회장은 "청주가 충북 회원의 55%를 차지하다 보니 도 전체가 청주 위주로 돌아갔다"며 "타 시·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분회장들이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회와의 가교 역할에도 힘썼다. 그는 대한약사회의 한약사 문제 해결 TF와 비대면 진료 대응 TF에 동시에 참여하며 충북의 목소리를 중앙 정책에 반영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전국 16개 시·도 지부 중 충북은 인구 기준으로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