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충주 7.4℃
  • 맑음서산 8.3℃
  • 맑음청주 8.8℃
  • 맑음대전 10.1℃
  • 맑음추풍령 8.6℃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7℃
  • 맑음제주 13.0℃
  • 맑음고산 11.0℃
  • 맑음강화 4.8℃
  • 맑음제천 6.9℃
  • 맑음보은 9.5℃
  • 맑음천안 8.5℃
  • 맑음보령 9.2℃
  • 맑음부여 9.6℃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자연이 꿈처럼 펼쳐지는 북유럽을 여행하는 중이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 유럽북부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해 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이 나라들을 묶어 노르딕국가라고도 부른다. 우유와 치즈의 나라 노르웨이도로를 달리노라면 꿈길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숲의 나라 노르웨이는 어디를 달리든지 나무와 호수가 끝없이 이어진다. 바람까지 그려질 듯 하늘은 맑고, 침엽수림이 신비롭게 펼쳐지고, 파랑 파랑 잔디위엔 양들이 꼬물거린다.

여행 넷째 날, 노르웨이 달스니바 전망대에 오르는 날이다. 1500고지에 있는 전망대까지 가려면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계곡을 따라 끝없이 올라올라 가야한다. 중간 중간 지나치며 보이는 '힐때' 라는 전통가옥풍경들이 몽환적이다. 힐때의 벽면은 편편히 켠 목조에 역청을 발라 검은색이다. 특이한 건, 보온을 위해 지붕에 흙을 올려 잔디를 심었다는 거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절인지라 뾰족뾰족한 잔디에 노랑 물이 들었다. 여름엔 당연히 초록잔디였을 힐때들의 풍경이 퍽 인상적인지라 지나는 길손들로 하여금 하루쯤 쉬어가고픈 마음이 일게 한다.

빙하가 흘러내리는 저 산 너머엔 어떤 풍경이 있을까. 산허리를 감아 도는 U자형 산악도로를 타고 달스니바 전망대까지 고불고불 오르는 과정이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거대한 에머랄드빛 호수와 폭포, 계곡, 절벽 등이 이루는 절경들에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드디어 1500고지 달스니바 전망대에 올랐다. 그런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사방은 온통 뽀얀 구름으로 덮였다. 무엇을 보려고 수만리 날아와 예까지 올라왔는가…. 그때다. 안타까운 내 맘을 알아차린 듯 바람이 사락사락 구름을 쓸며 시야를 연다. 구름이 걷히자 여행객들의 감탄이 합창되어 쏟아지고, 대자연의 풍광을 담느라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여기저기 바쁘게 들린다.

그런데 짙은 구름 속에서 점점이 모습을 드러내는 저것들은 무언가. 아, 바위 꽃이다. 바위에 누리끼리한 꽃이 피었다. 바위에 붙어사는 연녹색 이끼무리들이 사로잡는다.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 그 누가 척박한 바위에 꽃을 피었을까.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고산바위에 이끼들을 자라게 하는 자연이여! 칼바람 견디고 핀 안타까운 이끼무리들로 인하여 가슴이 젖는다. 나는 겸허해져서 두 손을 모았다.

이끼, 무엇을 위하여 이곳에서 세찬바람 견디고 있는가. 그 어떤 사연으로 긴긴 세월 싸늘한 달빛 머금고 존재하는가. 이끼, 네가 아름다움이나 기쁨을 아느뇨· 그리 예쁠 것도 고운 색상도 없어 카메라들마저 너를 비켜가는구나.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네가 존재하는 까닭은 무엇이며 살아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느뇨.

순록을 위하여 라오. 자애롭고 공평한 자연의 손이 나에게 순록의 먹이라 하였기에 순록을 기다린다오. 시끄러운 사람들이 가고 달이 떠오르면 그가 나를 사모하여 별빛화관 쓰고 달빛 따라 내려온다오. 나에게 기쁨을 물었느뇨· 내 묻겠노라. 순록의 깊고 부드러운 설(舌)을 아느뇨· 그가 혀로 내 언 몸 구석구석을 핥아주면, 내 모든 세포와 촉이 일어서 노래를 한다오. 나는 순히 스러져 내 전부를 내어준다오.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는 것을, 우리는 크고 화려한 것만 중요시한다. 존재의 가치는 아름다움이나 크고 작음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우리는 눈에 돋보이는 걸 따라간다. 이끼는 자신을 사랑하는 단 한 생명체를 위하여 긴 세월 찬이슬 맞고 있거늘, 오직 그를 위하여 노래하다 황홀하게 스러져 가는 것을, 우리는 더 가지고자 더 누리고자 하여 늘 고독해 한다. 그날, 빙하가 옮겨놓은 고산바위에서 서서 꽃보다 고운 이끼의 노래를 들었다. 오늘도 이끼는 순록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있겠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도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은행으로"

[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