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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자연이 꿈처럼 펼쳐지는 북유럽을 여행하는 중이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 유럽북부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해 있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이 나라들을 묶어 노르딕국가라고도 부른다. 우유와 치즈의 나라 노르웨이도로를 달리노라면 꿈길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숲의 나라 노르웨이는 어디를 달리든지 나무와 호수가 끝없이 이어진다. 바람까지 그려질 듯 하늘은 맑고, 침엽수림이 신비롭게 펼쳐지고, 파랑 파랑 잔디위엔 양들이 꼬물거린다.

여행 넷째 날, 노르웨이 달스니바 전망대에 오르는 날이다. 1500고지에 있는 전망대까지 가려면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게이랑에르 피오르드' 계곡을 따라 끝없이 올라올라 가야한다. 중간 중간 지나치며 보이는 '힐때' 라는 전통가옥풍경들이 몽환적이다. 힐때의 벽면은 편편히 켠 목조에 역청을 발라 검은색이다. 특이한 건, 보온을 위해 지붕에 흙을 올려 잔디를 심었다는 거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절인지라 뾰족뾰족한 잔디에 노랑 물이 들었다. 여름엔 당연히 초록잔디였을 힐때들의 풍경이 퍽 인상적인지라 지나는 길손들로 하여금 하루쯤 쉬어가고픈 마음이 일게 한다.

빙하가 흘러내리는 저 산 너머엔 어떤 풍경이 있을까. 산허리를 감아 도는 U자형 산악도로를 타고 달스니바 전망대까지 고불고불 오르는 과정이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거대한 에머랄드빛 호수와 폭포, 계곡, 절벽 등이 이루는 절경들에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드디어 1500고지 달스니바 전망대에 올랐다. 그런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사방은 온통 뽀얀 구름으로 덮였다. 무엇을 보려고 수만리 날아와 예까지 올라왔는가…. 그때다. 안타까운 내 맘을 알아차린 듯 바람이 사락사락 구름을 쓸며 시야를 연다. 구름이 걷히자 여행객들의 감탄이 합창되어 쏟아지고, 대자연의 풍광을 담느라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여기저기 바쁘게 들린다.

그런데 짙은 구름 속에서 점점이 모습을 드러내는 저것들은 무언가. 아, 바위 꽃이다. 바위에 누리끼리한 꽃이 피었다. 바위에 붙어사는 연녹색 이끼무리들이 사로잡는다.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 그 누가 척박한 바위에 꽃을 피었을까.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고산바위에 이끼들을 자라게 하는 자연이여! 칼바람 견디고 핀 안타까운 이끼무리들로 인하여 가슴이 젖는다. 나는 겸허해져서 두 손을 모았다.

이끼, 무엇을 위하여 이곳에서 세찬바람 견디고 있는가. 그 어떤 사연으로 긴긴 세월 싸늘한 달빛 머금고 존재하는가. 이끼, 네가 아름다움이나 기쁨을 아느뇨· 그리 예쁠 것도 고운 색상도 없어 카메라들마저 너를 비켜가는구나.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 네가 존재하는 까닭은 무엇이며 살아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느뇨.

순록을 위하여 라오. 자애롭고 공평한 자연의 손이 나에게 순록의 먹이라 하였기에 순록을 기다린다오. 시끄러운 사람들이 가고 달이 떠오르면 그가 나를 사모하여 별빛화관 쓰고 달빛 따라 내려온다오. 나에게 기쁨을 물었느뇨· 내 묻겠노라. 순록의 깊고 부드러운 설(舌)을 아느뇨· 그가 혀로 내 언 몸 구석구석을 핥아주면, 내 모든 세포와 촉이 일어서 노래를 한다오. 나는 순히 스러져 내 전부를 내어준다오.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는 것을, 우리는 크고 화려한 것만 중요시한다. 존재의 가치는 아름다움이나 크고 작음에 있는 것이 아니거늘, 우리는 눈에 돋보이는 걸 따라간다. 이끼는 자신을 사랑하는 단 한 생명체를 위하여 긴 세월 찬이슬 맞고 있거늘, 오직 그를 위하여 노래하다 황홀하게 스러져 가는 것을, 우리는 더 가지고자 더 누리고자 하여 늘 고독해 한다. 그날, 빙하가 옮겨놓은 고산바위에서 서서 꽃보다 고운 이끼의 노래를 들었다. 오늘도 이끼는 순록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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