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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9.12 14:04:06
  • 최종수정2016.09.12 14:04:20

임미옥

"꿈을 꿀 때는 꿈인지 모르나 꿈에서 깨어나야 비로소 꿈이런가 하노라…" 라고 말한 노자의 말처럼 여행은 꿈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지만 이번 여행을 꿈이라 표현하는 것은, 꿈으로 바라던 바다낚시체험을 이룰 수 있어서이다. 선상에서 즐기는 바다낚시의 낭만과 낚은 고기를 즉석에서 회쳐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여행이 주는 효과를 반을 누림일러라.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날 선유도로 향하던 중 '새만금방조제'로 들어섰다. 광활한 수평선이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진다. 바닷길을 끝없이 달리는 짜릿함이라니…. 그러나 단순히 감상에만 젖어 있을 수만은 없는, 보이는 현실에 놀란다. 인간의 도전은 어디까지 일까.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들다니 가히 기적이다. 초극적인 과학의 발달이나 각종분야의 기술로 이룬 결과물들을 대할 때마다 기염을 토하곤 한다.

신시도항에서 선유도롤 가는 배에 승선했다.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 갈매기와 바다가 좋다. 수평선에 앉아있는 비경의 섬들, 조물주가 반죽놀이라도 하시다 던져 놓으심 이런가. 점점이 보이는 섬들은 손에 손을 잡고 천년을 두고 다정하건만 목소리를 높이고 할 말이 많은 건 사람들이다. 바다와 섬이 묵묵하듯, 파도가 바위를 쓰다듬듯 우리 사는 사회가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떠나보면 안다. 내 마음의 향방을.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배는 나가는데, 선상에서 바람을 맞대하니 어느 새 다가오는 그리움들을 어찌할꼬. 훠이훠이 그러모아 오늘은 수면위에 얹고 달리는 거다.

언덕위의 작은 예배당 종탑으로 어둠이 내려앉으며 섬 동네의 밤은 시작됐다. 산책을 하다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한여름 밤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작은 교회로 들어가 뒤편에 가만히 앉으니 마음은 순해지고…. 아이처럼 손을 모으니 기도가 거국적으로 넓어진다. 실타래처럼 엉킨 국내외 정세들이 음악들처럼 아름답게 풀려지기를…. 별이 쏟아지는 바닷가를 손에 손을 잡고 걸었다. 와락와락 터뜨리는 중년감성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별처럼 부서지며 밤바다로 퍼진다.

이튿날 기대하던 바다낚시를 체험하러 드디어 출항~~ 고기야 바다야 내가 가노라~~ 잡혀도 행복, 안 잡히면 네가 사니 더욱 행복함일러라. 세월을 낚는 것이 낚시라 했던가. 고기가 바늘에 걸려들면 톡톡거림이 손끝에 느껴진다는데 그 느낌을 체험하고 싶어 기다리고 기다려도 기척이 없다. 상금이 걸린 월척의 행운은 누구에게로 갈까. 요즘은 너무 더워 고기들이 바위 아래로 숨어 나오질 않는단다. 고기가 있을만한 포인트 지점 대여섯 군데로 이동하면서 미끼를 내려도 소식불통이다.

그때다. "어! 어! 이것 봐라!" 일행 중 한 분의 허스키한 음성이 정적을 깨운다. 나는 물레를 던지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분의 낚싯바늘에 큼직한 우럭이 매달려 파닥파닥 몸부림을 친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선상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드라마에 우리 모두 박수치며 환호했다. 의기양양한 그분의 표정이라니, 올림픽금메달리스트는 저리가라요, 가히 개선장군 수준이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낚싯줄의 감각에 촉각을 모았지만 오늘의 고기들은 그분 편인가 보다. 올라오는 고기마다 그분이 내린 갯지렁이만 물고 올라왔다. 월척이 따로 있나, 혼자만 건져 올리니 월척이다.

누가 잡은들 어떠리. 어차피 함께인걸. 선상에서 떠먹는 회 맛이 옆 사람이 바다에 뛰어들어도 모를 지경이라나? 분홍 고깃살 첨이 시뻘건 고추장에 정신없이 뒹굴어 사람들 입속으로 사라진다. 천국은 지나가는 것…. 가장 좋은 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천국이 지속되면 이미 천국이 아니리. 또 하나의 추억을 썼던 선유도야 잘 있어라. 아름다운 선유도를 뒤로 하고 우리가 있어야할 곳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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