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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06 15:24:28
  • 최종수정2019.06.06 15:24:28

임미옥

청주시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충주시 엄정면에 있는 남편고향에 가려면 충주호 조정지 댐을 오른편으로 끼고 지난다. 그쯤가면 호수 옆에 있는 중앙탑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탑은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곳에서 유구한 세월동안 웅혼하게 서있다. 하지만 만나고갈 여유는 없는지라 늘 그리움으로 남겨두고 지나곤 한다. 올해도 산소를 돌보러 봄날아침에 그곳을 지났다. 비경을 넘어 몽환적 풍경인 그 구간을 지날 때 여전히 탑이 생각났지만, 호수를 끼고 아름드리 벚나무 사열을 받으며 페달을 밟는 멋스러움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지났다. 현란한 벚꽃터널을 지나 고불고불 회똘회똘 돌고 돌아 '중앙탑가든 휴게소'에 내려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전부리를 시키면서 쉬어가곤 했는데, 오늘은 초로(初老)에 접어든 우리 둘만이 지나고 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었다. 나지막한 담장너머로 흐르는 호수를 바라본다. 강 건너편에 공군부대가 있고 그 옆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호수를 따라 오른쪽으로 휘돌면 탄금대가 있다. 그리고 골프장 남쪽으로 호수건너편에 천년세월을 넘기며 장구히 서있는 탑이 있다.

그날은 어스름할 때 시골집을 나서 그 구간을 지날 올 때였다. 왼쪽엔 검은 호수가 길게 누워있고, 푸른 달빛은 호수위로 쏟아지는데 어쩌자고 바람은 요술까지 부리는가. 살랑살랑 벚꽃 이파리들이 승용차 앞 유리에 앉으며 사람 맘을 보통 심란하게 하질 않는다. 차도 변에 두툼하게 깔린 하얀 주단은 이효석님 말처럼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 "봄이 가는 풍경…." 하고 혼잣말을 하는 순간 그가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었다. 차는 휘청하며 중앙탑으로 향하여 가는 길로 미끄러지며 내려섰다.

달빛 젖은 중앙탑을 본 적 있으신가. 거대한 들소처럼, 그러나 부드러운 음악처럼 서있다. 달빛을 흠씬 받고 있는 풍경이 고아(古雅)하기가 그지없다. 겸손한 그 자태가 나그네 마음을 머물게 하고, 지니고 있는 역사가 깊어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은하수 물결마저 멈춘 듯, 그 적요함이 나를 한없는 서정으로 몰아넣는다. 알 수 없는 둔중한 울림을 받으며, 부드러운 사막으로 이끌려가듯 신비감에 젖어 들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더할 나위 없는 탑의 의연함에 오랜 경전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바람이 잘 정돈된 잔디를 쓰다듬자 초록 풀들이 일어서 실개울처럼 너울거린다. 그러자 탑도 움직일 기세다. 밤에 찾아온 나그네를 위해 파티라도 열려나보다. 꿈틀꿈틀 대지가 춤추듯…. 살짝 치켜 올라간 옥개석 귀마루 네 부분이 달빛연주에 맞추어 휘춤휘춤 춤을 춘다. 울창한 소나무에 둥근달이 걸려있다. 누구를 사모하기에 달은 저리 창백한가. 이럴 때 올리는 기도는 참일 거다. 마음이 닿는 곳이 있다면 맘껏 한번 그리워해 보는 것도 좋겠다. 불현듯 기다림이란 말도 생각난다. 기다림이란 무얼까. 자식의 성공을 기다리며 정화수 떠놓고 비는 어머니 마음 같은 것 아닐까. 기다리는 마음 하나쯤 없는 이가 있을까마는 그마저 욕심일까 하여 옷깃을 여민다.

사람들은 언제 이곳에 탑을 세웠을까. 지리적으로 우리나라국토 한가운데에 위치하여 중앙탑이라 부르는 이 칠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인 785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남한강 근교인 충주는 삼국시대부터 교통의 요지로 중원문화의 중심지요 무역의 전진기지였다. 지역의 무궁한 발전을 염원하는 당시 사람들의 바람을 모아 세운 탑이려니 과연 국가보물답다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국보 제6호인 탑의 이중기단 위로 7층 탑신(塔身)을 올려 그 멋이 한층 중후하다. 기단과 하층부는 여러 장의 판석으로 짜였고, 각 층 옥개석이 상부로 갈수록 비율에 따라 점점 작아진다.

탑은 여전히 묵묵하다. 화려했던 옛 중원문화의 부활을 꿈꾸기라도 하는 겔까. 장구히 서있는 풍려한 탑을 보며 나도 마음을 모은다. 달빛아래서 탑과 마주해 보면 알게 되리. 얼마나 기운이 맑아지는지, 얼마나 순수해지고 겸손해지는지…. 달은 더 높아졌다. "달이여! 높이 좀 돋으시어 더 멀리까지 비추어 주소서!(악학궤범)" 장사를 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혹시 해라도 입지 않을까하여 근심을 표현한, 옛 여인의 애절했던 마음이 담긴 고전시가 한 구절을 읊조리며 그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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