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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9.10 16:07:59
  • 최종수정2020.09.10 16:07:59

임미옥

청주시1인1책 프로그램 강사

태어 난지 100일이 지나 볼에 살이 오르자 엄마가 말씀하셨다. "오늘은 교회에 갈까요? 하나님 앞에 가는 첫날이니 예쁘게 입어야지요?" 하시면서 분홍 원피스를 입혀주시고 머리에 분홍 핀을 꽂아 주셨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신생아가 교회에 처음 나오면 목사님이 안고 강단에서 축복기도를 해주셨단다. 교인들에게 아기얼굴을 보여주시며 꽃다발을 주셨는데 목사님 비말 문제로 생략할 것 같구나." 하시면서 귀신같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불만하셨다. 어서 이 시절이 지나가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라며 내 얼굴에 꽃무늬 마스크를 씌우시고 유모차 투명 덮개를 씌우셨다.

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신비한 나라에서 왔다.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모르나 그 나라는 나만을 위해 마련된 나라였다. 쿵, 쿵, 심장소리, 꼬르륵~ 생수 넘어오는 소리가 청각을 키웠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풍기는 각종 음식 향이 몸을 살찌우고, 엄마가 하는 좋은 생각들, 들려주는 노래, 정다운 말소리들이 정서를 살찌웠다. 따사로운 물결을 타고 놀다 쉬~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오매불망 기다린단다, 우리 어서 만나자?" 하는 굵직한 음성이 들릴 때면 헤엄을 멈추고 쫑긋했다.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게 자란 나는 어느 날 폭포에 떠밀리듯 그 나라를 빠져나왔다. 그 나라와 분리되던 그날, 새롭게 만난 세상이 두려워 앙앙 울었다. 어둠이 어둠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해도 마냥 좋았는데, 이 세상 밝음이 너무 강하여 몇 날 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제일 먼저 노동을 배웠다. 그 나라에서는 헤엄치며 놀기만 해도 양분을 공급받고 살았는데 여기에서는 머리가 흠씬 젖도록 땀을 흘리며 노력해야 젖을 먹는다. 하지만 소리로 인지했던 엄마를, 음성을 들려주던 아빠를 만나 행복하다. 나를 보며 웃는 두 분을 보고 안심하게 됐고 차차 방긋거리게 되었다.

어디선가 은은한 소리가 들려왔다. 천상을 거니는 것 같은 그 곡조는 그 나라에서 살 때 엄마가 자주 부르시던 곡조다.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전자오르간 소리라고 엄마가 말씀해 주셨다. 아빠는 유모차를 구석에 고정시키고 내가 예배당 풍경을 보도록 세워주셨다. 그런데 마스크를 씌운 것도 모자라 투명 덮개를 덮어서 내가 볼 수 있는 풍경은 한계가 있다. "성연이 답답하지요? 좋은 시절이 오면 맘껏 뛰놀며 예배드릴 수 있을 거예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교인들이 10프로 정도 나와 띄엄띄엄 앉았다는 말도 하신다. 아빠는 유모차를 수시로 보신다. 교인이 지나가다 유모차 투명 덮개를 열고 나를 가까이 들여다보기라도 할까봐 불안하신 눈치다.

예배당 안에 두 눈들이 동동 떠다닌다. 두 눈만 반짝이는 사람들이 조용히 지나다닌다. 태어나서 며칠 만에 눈을 떴을 때 간호사님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두 눈만 있었다. 엄마아빠는 코도 있고 입도 있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엄마아빠만 특별하게 생긴 줄 알았다. 그런데 외출할 때마다 엄마아빠도 두 눈만 보이게 변신했다. 이 세상에서는 코와 입을 감추고 변신해야만 밖에 나갈 수 있나보다. 참 이상한 일이다. 교회 사람들은 무심하다. 처음 나온 나를 본체만체 한다. 꼬까옷을 입고 머리핀도 꽂았는데 말이다. 요즘은 눈만 마주쳐주어도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가 없다.

그때였다. 엄마 눈과 비슷한 여자 분이 유모차 옆을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분을 올려다보며 방긋 웃으려는데 역시 가까이 오지를 않는다. 그리고는 말씀하신다. "아가야, 너의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단다. 너를 만져보고 싶구나. 너를 안아보고 싶구나." 하시는데 두 눈에 이슬이 비치시는 거다. 그렇게 말씀만 하고 그냥 지나가셨다. 만져보고 싶다고 말만 하며 그냥 가실 건 뭔가. 안아보고 싶다면서 안아주지 않는 건 뭔가. 등이 불편하던 참인데 안겨서 예배당 풍경을 두루 구경하고 싶은데 말이다. 지나치게 감시하는 엄마아빠도 그분도 이해할 수 없다. 알아들을 수 없는 목사님 설교는 까먹었지만 '너를 만져보고 싶구나. 너를 안아보고 싶구나.' 그 말은 집에 와서도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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