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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1인1책 프로그램 강사

 그날 저녁, 나는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36년 만에 천체 우주대향연 개기일식이 펼쳐질 것이라고 방송에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기에, 대단한 광경을 목격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설레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할 정도로 잠시 어둑했던 것 외에 평소와 별다름을 체험하지 못했다. TV방송이 아니었으면, 흔히 있는 일처럼 비가 쏟아지려고 캄캄한가? 하고 무심히 지나쳤을 거다.

 알고 보니 러시아 몽고등과는 달리, 지리적으로 우리나라는 개기일식을 볼 수 없는 곳이란다. 개기일식은 지역적으로 보이는 것이 다르고, 우리나라에서는 부분일식만 볼 수 있다는 거다. 신문 기사들을 찾아보니 대부분 기사가 개기일식이라고 헤드라인엔 했어도, 세부내용에는 개기일식이라는 표현은 없고 부분일식이라는 표현만 있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TV를 시청하다 달려 나가서는 언제쯤 펼쳐질까, 하고 두리번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꼴이라니…. 극한 무식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집으로 들어와 TV를 켜니 전문가들이 촬영한 우주대향연 천체 쇼를 실감나게 편집하여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지구 저쪽에서 방금 촬영한 것을 안방에 앉아서 구경하다니 기막힌 세상이다. 천체운행에 대해 학자들은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고, 누구는 개기일식을 두고 해를 조금씩 갉아 먹는 달의반란이요, 공격이라고 문학적인 표현을 한다.

 나도 나만이 지키고 싶은 고집대로 해석을 해보았다. 해와 달, 지구, 셋이 한 줄로 펼치는 우주 쇼를 뭐라 표현할까.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인 작은 달이 자신보다 사백 배나 큰 해를 어찌 감히 먹겠나. 차라리 태양의 너그러움이라면 모를까. 오랜 세월 지구만 보고 돌던 달이 마침내 해를 향해 정면으로 나서자 넌지시 한번쯤 먹혀주는, 넉넉한 자의 여유라면 모를까.

 달의 춤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모은 춤사위가 아니고야 몸짓과 유희가 어찌 저리 찬란할 수 있단 말인가. 달은 지구를 보며 돌고, 지구는 태양을 보고 돌다 오늘은 한 줄로 서서 사랑이라도 하는 겐가. 달이여, 얼마나 지구를 간절히 사모하며 돌고 돌았으면 글쎄 태양을 가리었느뇨. 지구여, 달의 몸짓 좀 보시게나. 주구장창 태양만 바라볼게 아니라 과감히 태양과 맞선 달을 좀 생각해 주시게. 해를 어찌 흠모하지 않으랴마는, 위엄과 존영을 갖추고, 붉은 홍염으로 호위 받으며, 코로나 띠까지 두른 그 광채를 어찌 사모하지 않으랴마는….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우주향연을 TV로 보며, 엉뚱하게 중국영화 장면들을 떠올렸다. 그 시점에서 중국영화라니, 중국영화는 서양영화들과 달리 공간과 대륙을 잇는 몽환적 특별함이 있어서 일까. 딱히 뭐라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통상적인 나의 관념을 유지하고 싶은 순수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극도의 앙각촬영 등을 이용하여 영화산업 기술이 빚어낸 시각예술 효과인줄 뻔히 알면서도 속아 심취하는 나는 어떤 뛰어 넘음 같은 신비를 인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상식을 초월하는 신출귀몰한 장면을 볼 때마다 아직도 나는 모호한 신비감에 빠져들곤 한다.

 또한 저들을 보며 한 줄 사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광활한 우주에 홀로 서있는 것 같은 그 쓸쓸한 경험을 해 본적 있으신가. 오로지 자신만 보고 있는 이는 외면한 채 앞에 있는 이의 등을 보며 애달파 하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리고는 태양 같은 이의 등을 바라보며 무시로 설렜던 내 젊은 날 순수도 떠올렸다. 은하계의 무수한 행성들과 광활한 천체가 태양을 중심으로 운행하듯, 그는 늘 사람들 중심에서 빛났었지.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부러워할 만한 인품과 조건을 갖추고 태양처럼 흠모 받을 만한 매력이 넘쳤었지….

 사람의 등을 보는 일은 쓸쓸한 일이다. 그 외로움은 나와 신만이 아는 감정으로 연모 대상자 외에는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도 없는 고독한 일이다. 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이를 흠모하며 작은 나를 의식하는 일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어여쁜 일이다. 그런 사랑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 역시 내 사랑을 부정하거나 자존심상해 하지 않았다. 용기 내어 태양을 향해 정면으로 나선 달의 기백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았다. 달이 지구를 돌 듯 그를 품고 그의 주변을 맴돌던, 돌아올 수 없는 내 젊은 날 순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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