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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저녁산책을 하려고 나섰다. 단풍은 아직 인데 스치는 바람이 완연한 가을임이 느껴진다. 저만치 호미골 체육공원에서 불빛이 빗살처럼 높이 퍼져 돌아가고, 온 산을 흔드는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궁금하여 평소 산책하던 코스를 지나 그쪽으로 갔더니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각 지역마다 볼거리도 많아졌고 축제도 많다. 오늘은 장윤정 박상철씨가 왔단다. 인기가수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어 무대를 향해 기웃거렸다.

음악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지축을 울리는 음악과 화려한 무대 분위기에 취해 모든 사람들이 너울파도를 타는 것처럼 흥에 잠겨 있다.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을 비집고 장윤정씨 실물을 보고자 발돋움을 하려는 그때였다. 너 댓살 먹어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불안한 얼굴로 울고 다니는 거다. "아가야· 괜찮아. 내가 엄마 찾아줄게·" 아이를 안정시킨 뒤 집이 어디냐 물으니 인근에 있는 아파트이름을 댄다. 어른걸음으로 십분은 족히 걸리고 단지가 크다 보니 아이에겐 먼 거리일 수 있겠다. 누구랑 왔느냐 했더니 아빠랑 왔다면서 제 아빠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댄다.

"여보세요? 딸아이가 울고 있는데 어디쯤…" "우린 딸 없어요!" 젊은 남자가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있는 것 같다. "나 남자인데…요?" 아이가 말한다. '머리 모양과 차림새가 여자아이 같은데?' 성별구분이 안갈 정도로 곱살한데 남자란다. 다시 전화해서 제 아빠를 만나게는 했는데 핸드폰으로 장윤정을 담느라 정신이 없는 아빠를 따라가는 아이가 눈에 밟힌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 일이 생각났다. 딸아이가 네 살 되던 그해 봄, 유아원으로 아이를 찾으러 갔더니 아이가 없는 거다. 입소(入所) 사흘째라 잘 적응하는지 궁금하여 마치는 시간보다 일찍 갔었다. 파악하더니 새로 들어온 한 아이와 우리아이만 없어졌단다. 기가 막히는 건, 같이 없어진 아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 아이 엄마가 오늘 아이를 맡기곤 원서는 내일 써오겠다면서, 직장에 갔다가 아이를 데리러 온다 했기에, 엄마직장도 집도 메모하지 않았다는 거다.

너무 기가 막히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파출소에 신고하고 미친 듯이 수곡동 골목을 뛰어 다녔다. 놀란 남편이 직장에서 달려와 자전거를 타고자기가 찾아보겠으니 파출소에서 전화 올지 모르니까 집에가 있으라 했지만 안정이 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원마루 쪽으로 노란 물체가 보였다. 그날 노란 면실로 손뜨개질하여 짠 옷을 입혀 보낸지라 미친 듯이 그쪽으로 뛰어갔다. 가까이 갈수록 개나리꽃으로 확인되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가 집으로 갔다.

그렇게 전화기 앞에서 두어 시간이 지나서 벨이 울렸다. 일학년인 큰아이와 같은 반 엄마였다. "문간방 사는 애가 노란 옷 입은 애랑 와서 아까부터 놀고 있는데, 자모회 때 데리고 왔던 기윤이 동생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얼마나 고마웠던지…. 얼마나 울었던지…. "엄마 울지 마!" 한없이 우는 나를 보고 아이도 울음을 터뜨렸었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그 엄마의 약간 느린 음성을 또렷이 기억한다.

축제는 진행 중인데, 해야 할일들이 산적한지라 가던 길을 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다. 누군가가 내 허리춤을 툭툭 치는 거다. 돌아보니 세상에! 방금 전에 그 아이가 또 울면서 내게 왔다. 재차 전화하여 아빠를 만났는데 고맙단 인사는커녕 별일 아닌데 웬 걱정이냐는 표정이다. 어떻게 저리 안일할까? 두 번씩이나…. 집이 가깝다고? 미아는 집 앞에서도 일어나는데?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순하던 그 시절도 아니고, 더구나 밤이었는데 너무도 안일한 그 애 아빠 사고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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