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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6.30 14:33:43
  • 최종수정2022.06.30 14:33:43

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나는 한때 '리차드 기어'에게 빠진 적이 있었다. 그의 유머 감각, 멋진 외모, 연인을 바라보는 눈매는 설렘을 주었다. 그윽한 그의 눈빛이 좋아 한때는 눈매가 잔잔한 남성은 무조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내가 그를 어찌 알겠나. 설정된 캐릭터대로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어쩌면 그는 성격이나 습관 등 내가 끌릴만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그로 인하여 그 시절 내 마음은 봄날이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끌리는 조건이 달라졌다. 이성이나 외적 조건이 아니고, 그 사람이 가진 내면의 인품이나 지식에 끌린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이를 보면 그의 말을 들어보려고 쫓아다니며 밥을 사기도 한다. 지식을 소유하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요, 배우는 일은 공자님 말씀처럼 기쁜 일이다. 나도 지식을 많이 쌓아 멋진 사람이 되어 그들의 반열에서 세상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식인이 되려면 책을 통하여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일 것이다. 눈 밝으니 원 없이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책이나 읽으며 살도록 한가로움을 주지 않았다. 전쟁 같은 삶을 살다 40대 중반을 지날 때 일 년이란 한가로운 시간이 주어졌었다. 수술 후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했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아무 일도 안 하고 놀아도 됐었다. 그 시간을 꿈처럼 즐겨야 하는데 무엇을 할까. 책을 읽었다. 먹고 자고 산책하고 책만 읽었다.

달달하고도 깊은 장자의 달변과 그 쾌적함과 의외성에 놀랐다. 니체의 자유자재한 언변의 흐름에 빠져들었다. 신앙인이라 공감이 더욱 컸을까. 파스칼이 말한 논리는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가 '팡세'에서 하나님을 만난 느낌을 '환희'라고 말했을 때는, 어린 날 나도 경험을 한지라 손뼉을 쳤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의 비참함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라고 말한 주장에 끄덕이며 먹먹하니 있기도 했었다.

독서를 밥이라 했던가. 어려서부터 매일 먹어야 피가 되고 뼈가 되고 살이 된다. 나이 들어 몸을 회복하는 동안 읽은 책은 달랐다. 책을 덮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거다. 푹 빠져 읽은 내용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손뼉 치며 읽었음에도 논리적인 설명은커녕 책에 근접도 못 한 것처럼 말문을 열지 못한다. 그 자괴감이라니…. 깊이 잠수하여 수많은 물고기들과 형형 색깔 산호들과 맘껏 놀았으면 다만 물고기 몇 마리라도 건져 나와야 하잖나. 순간에 솟구치며 물가로 따라 오르는 그 몇 마리들마저 놓쳐버리는 심정이다. 가살스러운 새가 수면 위로 뛰는 물고기들을 재빠르게 낚아채 가는 걸 허우룩하니 바라보는 일처럼 한심하고 유쾌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며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망망한 하늘과 땅 사이에 벌어지는 넓고 큰 변화를 나는 모른다. 고요함 속에 우주의 강령을 지탱하며 순환하는 자연의 속성도 모른다. 달빛은 꽃그늘에 교교히 비치는데…. 부는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그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의 속내도 모른다. 대숲이 구슬픈 소리를 내는 뜻을, 봄볕 높은 장대 위에서 사유하는 새의 속내를 모른다. 산 중턱에 솟은 한그루 고목의 사모의 정이 어디를 향함인지, 하얀 날개 흔들며 영산홍을 희롱하는 봄나비 몸짓을, 넘실대는 동해의 속성을 알지 못한다. 온통 알지 못하는 것들뿐이다. 알 수 없는 것이 태평양이라면 내가 아는 것은 지리 멸치 꼬리 반 토막쯤 될 거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했던가. 돌이켜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로 행복했다. 죽음에 관한 것만 해도 그렇다. 내 죽음의 시간을 안다면 형벌일 것이거늘, 천년을 살 줄 알고 오늘을 사는 건 그 시간을 알지 못해서다. 만난 적 없는 먼 나라 남자배우로 인해 행복했고, 알지 못하는 세상을 말하는 책을 읽을 때 손뼉을 쳤다. 나무가 내는 새순과 단풍과 낙엽을 보고 알 수 없는 자연의 비밀로 인하여 황홀해 했다.

창문을 연다. 벚꽃에 향기가 실처럼 걸려있더니 꽃비가 날린다. 바람이 지나며 가지를 흔드니 춘몽에 든 새가 파닥인다. TV을 켰다. 어미 소가 죽을힘을 다해 낳은 새끼를 핥아 주는 영상을 보여준다. 생명의 순수한 발현이요, 모정이다. 해를 머금고 한껏 조율된 현처럼 가슴이 부풀어 오르며 뭉클해진다. 내 잔이 넘친다. 이 감동만으로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필요한 기쁨에너지 바구니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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