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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청주시 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우리아파트 단지 내에는 가정에서 나온 폐지廢紙를 모으는 곳이 군데군데 있다. 모양은 둥글고 널찍한 우물형태이고, 재질은 마대자루와 같은데 마대자루보다는 훨씬 두껍고 튼튼하다. 뻣뻣하다보니 바짓가랑이를 접듯 밖으로 말아 세워놓으면 잘 서있다. 폐지양이 많아 넘치면 밖으로 말린 부분을 펴는데, 펴는 만큼 용기容器가 깊어진다. 가벼운 재질로 만든 아이디어 폐지모음 통에 빈 박스나 폐지를 버릴 때마다, 나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골방에 만들어 놓으셨던 고구마퉁가리가 생각난다.

그런데 요즘 새벽에 나갔다 오려면 며칠째 그곳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리신 채, 설치물에서 폐지廢紙를 꺼내 작은 리어카에 싣는다. 할머니를 향하여 다가간다. 하나, 둘, 셋, 시작! "오늘 첨 나왔슈. 경비아저씨가 가지고 가라고 했어유!" "네, 수고하셔요." 며칠째 그분과 반복하는 대화내용이다. 나는 지나칠 뿐인데 신고라도 하듯 매번 말씀하신다. 며칠째 만나고 있음에도 늘 처음 나왔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의아스럽고 그런 인사를 매일 듣는 것도 고연히 민망하다.

우리 집에 모아둔 신문지가 생각났다. 중앙지와 지역신문, 종교 신문 등 몇 종류를 구독하다 보니 금시 산더미처럼 쌓인다. 빈 박스 보다 신문지가격이 좋다고 해서 교회근처에서 폐지를 수거하시는 할머니께 가끔 실어다 드린다. 그런데 오늘은 이분께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말을 걸었다. "저희 집에 잠깐 가시겠어요· 신문모아 둔 것이 있거든요." "고맙지유." 나는 할머니와 함께 리어카를 엘리베이터에 싣고 집으로 왔다. 주스를 한잔 따라 드린 뒤 수북이 쌓인 신문을 실어 드렸다.

그런데, 현관을 나가시다 말고 "이거 버려 줄게유." 하시며 현관에 널브러진 끈을 집어 드신다. 책 박스 포장 끈인데 뻣뻣한 것이 용수철같이 튀어 올라 쓰레기봉투에 억지로 넣으면 봉투가 찢어진다. 하여 가위로 잘게 썰어 쓰레기봉투에 담을 생각이었는데 그분 눈에 띈 것이다. 그냥 두시라 했지만 고마운 마음에 비하면 당연한 일이라며 뭉쳐들고 가신다. 그분을 배웅하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 창을 열었다. 저 아래 그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지나가신다. 고연히 마음이 짠하다.

그 순간이었다.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우리 집에서 가지고 나간 뻣뻣하고 노란 끈 뭉치를 길가로 휭 던지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시는 게 아닌가! 민망하기가 그지없는 일이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끈이 뒹굴어 다닌다. 내 집에서 나간 끈이 지나는 차바퀴 사이로 굴러다닌다. 불편했다. 나가서 주워 와야겠다. 날씨가 더워 집에선 노출된 옷을 입고 있어 나가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은근부아가 났다.

어제새벽에 교회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은 비가 와서 차를 가지고 교회에 갔었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니 주차장바닥에 젖은 담배꽁초가 몇 개보여 집개로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고 차에 올랐다. 지하주차장은 평일에는 셔터를 내려놓지만, 지상주차장은 주일을 제외하곤 동네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런데 새벽이면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일이 빈번하다. 하여 우리 교인들은 서로서로 눈에 띄는 대로 줍는다. '어느새 해가 짧아졌구나….' 생각하며 시동을 걸었다.

그때였다. 한 청년이 담배를 피우며 자기 승용차로 다가간다. 그러더니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가래침까지 뱉곤 승차하는 거다. 잠시 고민했다. 잘못 했다간 봉변당할지 모르는 세상이다. 그러나 용납이 되지 않는다. 인상을 보니 불량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나이· 우리아들 또래쯤 된다. 순간에 생각이 많이도 스쳤으나 그냥 지나칠 순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차에서 내렸다. 그의 차가 출발하려는 기세다. "잠깐만요!" 그의 차를 향해 다가가 차바퀴 옆에서 꽁초를 주웠다.

어떻게 아스팔트 바닥에 침을 뱉을 수 있을까. 그 할머니도 그 청년도 내가 보고 있는 줄 모르고 그랬을 거다. 만약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는 걸 의식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누가 보든지 안보든지 간에 해서 안 되는 일은 안해야 하거늘, 그런 의식이 부족한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쌩하고 가버리는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꽁초를 버릴 때마다 이일을 떠올리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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