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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비 좀 뿌리는 가 했더니 해갈은커녕 건조한 하늘이 계속된다. '인디언 기우제' 라는 말이 생각난다. 극심한 가뭄이 들면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는데, 기도를 시작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한다는 것으로, 다소 비아냥거리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그런데, 애리조나 주 '나바호족' 이 올리는 네 번의 기우제를 수 년 간 관찰한 '게리위더스푼' 이란 사람은 네 번 모두 12시간 이내 비가 쏟아졌다고 증언한다. '그래그 브래든'도 그의 저서 '이사야효과'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실화들을 기록하고 있다.

과학시대에 무슨 제사냐고 하시는가? 우리민족 기우제의 맥도 따라가면 머잖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닿는다. 음력 4월에서 7월 사이엔 농민들이 고을단위로 기우제를 지냈고, 국가적으로도 기우제는 연중행사처럼 거행되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하고 있다. 한 예로 태종의 경우 재위 18년간 많게는 한해 9회의 기우제를 지낸 적도 있다. 광복 이후도 곳곳에서 기우제를 올린 흔적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과학이 우리를 시원하게 해준다지만 한계가 있다. 아무리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여도 과학이란 사람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새로움을 향한 창조를 목적하는 인간은, 진화되어온 과학의 뒷받침이 전무하던 수 천 년 전에도 하늘을 뚫고 올라가려 바벨탑을 높이높이 쌓았었다. 당시로선 기암을 토할 인간의 능력을 과시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진노한 전능자의 한숨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우주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나, 성난 바다와 소용돌이치는 바람, 기근한번을 어찌하지 못한다.

'그래그 브래든'은 비오기를 기도하는 인디언친구 '데이비드'가 기도에 임하는 자세가 어찌 간절하고 진지하던지 그자체가 기도더라고 하면서, 기도를 마친 그에게 기도내용을 물었다. 그런데 비를 내려달라 기도하지 않았다고 뜻밖의 대답을 했다. 어렸을 때 그의 조상들이 가르쳐준 기도의 비밀요체는, 다름 아닌 감사란다. 먼저, 현재와 과거의 모든 상황들에 대한 감사기도를 했단다. 황무지 바람도, 뜨거운 사막의 열기도, 심지어 가뭄까지도 감사를 드렸단다. 그가 한일은 오직 그뿐이었단다.

감사! 가슴이 찡하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감사하는 사람들, 기막히게 불행한 과거를 살았고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현재를 살고 있음에도 그들은 비를 달라기 전 감사를 한단다. 황무지의 바람과 뜨거운 사막의 열기와 가뭄까지도…. 문명국민이라 자부하는 우린 과거에 비하여 엄청난 풍요를 누리며 살지만 비를 달라 바이러스를 퇴치해 달라 달라고만 한다. 우리에 양떼가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감사기도를 한다는데, 우리는 그저 해결해 달라고만 한다.

그리고 서로 원망한다.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인내심을 시험하는 가뭄, 형체를 볼 수도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와 전쟁, 갈증과 두려움에 떨다 힘이 소진하자 눈을 부릅뜨고 네 탓이라고 한다. 국민은 정부를 원망하고 대통령은 구멍 뚫린 초기부실대응의 병원수장을 불러 혼쭐냈다. 이런 시추에이션들 모두 시원치 않다.

그립다. 옷을 찢으며 통회하던 옛 지도자들이 그립다. 성경의 왕들은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재를 뒤집어쓰고 베옷을 입고 모두가 내 탓이라 통회했다. 그리고 금식하며 기도했다. 과학이니 미신이니 따지기 전, 각자 섬기는 신에게 금식하며 기도하는 정치지도자들이 몇이나 될까.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미신이나 전통적 타성에 불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오스의 이론처럼, 민심을 가라앉히면서 서로간의 공동체의식과 단결을 강화하고 모든 상황들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나바호족들의 정서가 부럽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리도 길게 이어짐은 왜일까.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왜? 라는 질문에 모두 겸허히 엎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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