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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2.04 18:03:06
  • 최종수정2014.11.24 16:07:15

임미옥

수필가

가을이 깊어간다. 자연히 오는 그리움 따라 묻어오더니 어느 새 거리엔 낙엽이 쌓인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여름의 들뜬 목소리를 낮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에는 높고 높은 하늘을 쳐다보자. 높은 하늘을 보면서 가슴 시리게 푸르름에 감동하여 보자. 심장이 뛰면서 살아있으므로 인한 감사가 절로 나리니. 생각하는 계절 가을엔 거리의 낙엽을 밟으며 걸어보자. 우리는 너무 바쁜 일상에 떠밀려 땅만 보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여유를 갖자.

가을엔 산에 오르자. 거기서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친구 같은 가을을 만나자. 푹신한 흙길을 걸으며 천개의 풍경과 천개의 이야기를 품은 자연을 느껴보는 거다. 능선을 만나거든 쉬면서 숨 한 번 크게 들이 쉬어보자. 충만한 가을은 모두 내 것이 되리라. 숨이 가쁘고 힘이 들어도 정상까지 올라보는 거다. 가장 좋은 것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이니, 어여 내려가라고 말하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돌아갈 곳이 있음에 대한 감사와 인생내리막이 있음까지도 감사하는 성숙을 경험하리라.

풀벌레 소리가 불거지는 가을에는 독서를 하자. 육신의 양식이 음식이듯 마음의 양식인 책으로 지식을 살찌우자. 해마다 오는 가을이 아닌, 인생의 가을을 지나는 이들이여 못다 푼 숙제 있다면 해답을 책에서 찾아보자. 또 하나의 계절이 오기 전, 바닷가에 여울지며 멍석말이하는 물결처럼 이 가을이 과거 속으로 접혀 가기 전에, 아직 남은 시간 있음에 대하여 감사하며 찬란한 황혼을 꿈꾸자. 과거와 끊임없이 화답하며 어두운 방안에 갇힌 참모습의 순수를 찾아 가을볕에 널어 곱게 말리자.

가을하늘 솜털 같은 구름을 보고 가만히 눈을 감아보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사랑이 오는 것이니 지체 말고 마중 나가 마음 열어 맞이하자. 삶이 한 결 풍성하게 되리라. 한사람이 오는 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므로 우주적인 일이라 했으니, 치알 치고 잔치하자. 따지는 것이 많아 문밖에 세워두었던 장막을 걷고 남은 세월 어우렁더우렁 함께 가면 우주를 얻은 것이 되리라.

가을에는 열매를 깊이 응시해보자. 한 톨의 곡식을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천근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한 톨의 곡식을 보면서, 한 개의 과일을 놓고 겸손을 배우자. 지금은 열매들을 응시하며 거둘 열매가 없는 얇은 삶을 부끄러워하며 깊이 생각할 때이다. 과일 한 개를 먹을 때에도 감사하면서 보장 되지 아니한, 다음 가을이 내놓을 과일 먹기를 기도해야 할 때이다.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자. 낙화하는 낙엽은 우리에게도 종말이 있다는 것을 예시해주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떨어지는 낙엽처럼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새순도 좋고 녹음도 좋지만 단풍처럼 빛나게 살다 마지막 잎 새도 단풍처럼 곱게 유지하며 떨어지길 기도하자. 열기구를 타고 가듯, 우리는 어딘가를 향하여 흘러간다. 삶은 열기구처럼 느려 보이나 물고기가 어항을 지나는 것처럼 찰나더라. 가을이 깊어간다. 이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우리 옷깃을 여미어 보자.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것들과 화해하면서 내 삶의 진지함을 회복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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