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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결혼청첩장을 받고 축하해주러 예식장에 갔을 때, 신랑이나 신부가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과 행진하는 것으로 인하여 당황한 적이 이따금 있을 거다. 엉뚱한 사람이라 함은 수년 간 혼주의 며느리 감, 혹은 사위 감으로 낯이 익도록 알고 있었던 걸 의미한다.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풍습이 이정도 일은 놀라지지도 않는 일이 되어졌다. 예식장에 손잡고 들어가 봐야 안다는 신종어가 생길 정도로 세태가 변하고 있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이 살아보고 결혼식을 올린다는 말을 듣고 근본 없는 민족의 짓거리들이라고 혀를 찼던 기억이 무색해진다.

조선시대 유학이 국가의 통치이념이 되면서 성종 때에 '과부재가금지법'을 도입 하여 실제로 입법·시행했던 적이 있다. 성리학을 국풍으로 숭상하고 이를 강력히 실천하려는 추세에 따라 여성이 남편에 대한 정절을 지키는 것을 여성 최고의 부덕으로 여기고, 정절을 목숨보다도 소중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지배적인 믿음이 이런 정조관념을 만들었다. 여성에게 굴레를 씌우는 악법이지만, 우리민족의 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시대적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재가를 금하던 당시,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나오는 소설 한 도막 소개한다. 한 유생이 과거보러 상경하다 벗과 어울렸다. 밤늦게 주막으로 돌아오는데 장정 넷이 나타나 유생을 밟아 넘어뜨려 자루에 보쌈 하여 짊어지고 내달리는 거다. 한곳에 이르러 자루를 풀었다. 둘러보니 담장이 높고 행랑이 둘러있는 고택이었다. 그들은 유생의 옷을 벗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금요침식이 화려한 방에 밀어 넣는 게다. 문이 열리더니 용모 곱고 연소한 미녀가 시비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와 절을 하면서 동침하자 원했다. 정을 다하여 온밤을 동숙하다보니 북소리가 둥둥 울리더란다.

실학자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선조25년 임진왜란 때의 일이다. 조신한 대가 댁 마님이 계집종을 데리고 피난길에 나섰다. 강가에 이르러 배를 타게 되었는데 아녀자 혼자 힘으론 오를 수가 없었다. 그때 건장한 뱃사람이 부인의 손을 잡아 태웠다. 그러자 부인이 통곡하면서 "내손이 네 손에 더럽혀 졌으니 어찌 살아 있겠느냐?" 하며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어우야담의 유생보쌈이야기는 재가를 금하자 경제적으로 풍요한 여인이 돈을 주고 남성을 보쌈 해다 성욕을 해결하는 부작용을 풍자한 내용이고, 지봉유설의 내용은 당시 여성의 정조개념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의 성행위나 행복해야 할 권리는 남녀 모두에게 지극히 당연한 사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사회풍속을 빌미로 공적인 영역에서 법을 통해 여성만 규제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간통죄 위헌 논란도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남녀 모두에게 요구돼야 마땅한 '정절(貞節)'이라는 개념이 왜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되었는지, 그리 머지않은 과거 조선시대의 성 담론을 집대성함으로써, 현대 남성들의 성 관념에 영향을 미쳐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나치게 확장되는 젊은이들의 성 개방을 넘어 성 방종 의식은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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