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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불과 한 달 남짓 차를 두고 나는 시어머니가 되고 장모가 되었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제짝을 찾아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어찌하다보니 큰아이는 11월 초에 결혼식을 하고, 작은아이는 12월 중순에 결혼예식을 올렸다. 예로부터 혼사는 사람들끼리 행할 수 있는 일중 가장 큰 일이라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 라 했지만, 부모가 할일이 많이 줄은 시대인지라 큰 어려움 없이 지났다. 큰아이는 대학 때부터서 나가 살아서 그런지 살림을 내주었어도 허전하다기 보다 기쁜 마음이 더 컸다. 작은아이는 시집을 보내는 것임에도 서운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축제하듯 예식을 마쳤다.

그런데, 모든 식을 마치고 청주로 돌아오기 직전, 딸아이가 우리를 따라 청주로 오는 것이 아니고 제 시댁 쪽을 향하여 가는 것이 아닌가. 이십 팔년 동안 어디를 가서 무슨 일을 마치든 함께 집으로 오던 아이가 "엄마아빠 조심해서 가세요!" 하면서 사돈댁 쪽으로 가는 거다. 그 뒤 가족구성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생활리듬이 깨졌다. 아침마다 새벽기도 다녀와 아이 방으로 가서 안수기도 해주던 남편은 할 일이 없어졌다며 허전해 한다. 나는 오늘도 밥을 안치고 컴퓨터에 앉아 좌판아래 시간을 나도 모르게 보곤 했다. 일곱 시에 딸아이를 깨우던 습관이 있어서다. 저녁마다 듣던 육학년 삼반 교실의 좌충우돌 사연들도 이젠 들을 수 없게 됐다.

큰일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시간차를 그리 임박하게 두고 어찌 치렀느냐 고 말들 했지만 막상 한일이 별로 없다. 내가 결혼할 때만해도 어머니의 할 일이 많았었다. 어머니는 목화솜을 타 하얀 소창에 놓고 고운비단으로 이불을 손수 꿰매셨다. 잔치 전 날 아주머니들이 가마솥뚜껑을 들고 모여들었고, 기름 질하는 냄새가 동네고샅을 메웠으며 아저씨들은 돼지를 잡고 치알 치느라 북적거렸다. 아이들은 물론 온 동네 강아지들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축제분위기를 연출했었다.

결혼문화가 시대에 따라 많이 바뀌어 요즘 부모들은 돈만 쓰면 된다. 딸아이 결혼준비로 돈쓰는 일은 쏠쏠한 재미까지 있다. 딸아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쓰기만 하면 되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큰 물건 오밀조밀한 물건 등 구매할 때마다 새로 출발하는 가정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상상하며 행복해 했다. 오십 중반 되도록 요즘처럼 돈을 써본 적도 없다. 몇 푼 아끼려고 발품 팔 것도 없고 질 좋고 예쁜 것들을 찾아 구매했다. 대통령도 하루 소비액이 나보다 크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예식 할 교회는 큰데 하객이 적어 좌석이 썰렁하면 어쩌나 염려하는 중, 잔치를 벌이고 손님을 초청한 왕 이야기가 나오는 성경예화가 생각났다. 밭을 갈러가야 한 다 땅 계약하러간다, 심지어 장가가서 못 간다고 이런저런 핑계로 죄송하다며 초청자들이 오지 않았다. 급기야 왕은 지나가는 걸인이라도 데려다 자리를 채우라고 호통 쳤다. 천국잔치를 준비해놓고 만민이 오기를 바라는 하나님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씀이다. 혼인 치르며 깨달았으니 남은 삶 전도에 힘쓰며 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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