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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건강하신 형부를 떠나보냈을 때, 우리가족들의 슬픔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었었다. 준비되지 못한 이별 앞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언니였다. 결혼한 조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털고 일어나야 했고, 혼전인 조카들은 예비배우자들이 있어 그래도 추스르기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언니는 달랐다. 출장을 간 것도 아닌데 전날까지 함께 자고 아침에 일어나, 한상에서 밥을 먹고 자질구레한 일로 티격태격 하던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인사한마디 못한 채 헤어져 영영 만날 수 없다는 상실감과 충격, 그 허한 가슴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지만 시간이란 약에 의하여 간신히 아물어 갈 무렵, 상의 할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언니에게 갔다. 수척해진 낯을 보며 남은 자들은 살아야하니 잘 먹으라고 했더니, 기막힌 현실임에도 배가고프고 잠도 자는 것이 더욱 기막히다며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말을 했다. 생명보험회사에서 돈이 나왔는데 형부 목숨 값 같아 어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나의 생각을 물으며 운다.

형부의 목숨 값이라고 표현한 통장, 전자저울에 올려도 눈금마저 움직이지 않을 얄팍한 무게의 통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한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살뜰하게 보험을 부어 탄 아파트 한 채 값 만큼인가.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죽었을 때, 퇴직할 때까지 버는 돈을 계산하여 회사에서 유가족에게 주는 액수 만큼인가. 그렇다면 기하학적인 액수의 돈을 버는 빌게이츠와, 소시민이 버는 돈 액수가 다르니 매겨지는 금액도 많은 차이가 나야한다는 말인가. 어찌 생명을 물질로 계산한단 말인가.

귀신에 들려서 자신의 몸을 자해하면서, 남의 시선을 피하여 음산한 무덤가로 떠돌며 생활하는 기막힌 처지의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만나자 병을 고쳐달라고 간청했다.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기신 예수께서는, 마침 야생돼지 이천 마리가 떼 지어 다니는걸 보시곤, 그 사람 안에 있는 군대귀신들을 향하여 "당장 나와 돼지 떼에게로 들어가라!"고 명하셨다. 그러자 돼지 떼들이 광란하며 내달리어 일시에 바다로 뛰어 들어가 몰사하고 정신병자는 온전하여 졌다.

돼지의 생명도 생명인데 이천 마리씩이라니, 좀 심하다고 생각하시는가? 성경은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가르친다. 한영혼의 가치를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데 기독교의 진리가 있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이라 하지 않고 한 영혼이라고 하신 말씀에 주목한다. 인간이 귀한 건 영혼이 있어서다. 육체는 죽어도 영은 영원히 죽지 않기에 귀한 것이다. 혼은 있지만 영이 없는 짐승은 감정이 없으므로 신을 찬양하거나 창조할 줄 모른다. 그건 영이 있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영혼이 떠난 육체는 천하일색 미인도 추하잖은가. 짐승은 고기라도 먹지, 사람시체는 먹지도 않고 단돈 만원에도 사가지 않는다. 내 살점 같은 자식도 시체는 머잖아 외면하고야 만다. 천하를 주고도 바꾸지 않을 인간으로 온 나, 어떤 삶을 살고 가야할까.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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