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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온종일 무더위가 숨통을 조이던 몇 년 전 여름, 저녁운동을 하고 오던 길이었다. 아파트 화단을 돌아오는데 옥상에서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널어 논 이불 같은 허연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부지직! 하고 나뭇가지 찢겨지는 소리와 함께 화단의 측백나무가 파도처럼 출렁하더니 툭 하고 바닥으로 뭔가를 내려놓았다.

오! 하나님…. 사람이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아 손 폰을 들고 있었으나 너무 손이 떨려서"119! 119!"하면서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건네주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떨어진 대학생 여자아이 아버지가 뛰쳐나왔다."머리는 만지지 마셔요…."나는 한마디 더 한 뒤, 비틀거리는 아이 엄마의 팔을 잡고 있었다. 아이 아버지는 누워있는 아이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 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을 보고 들어왔지만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튿날 남편과 함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여 "살아계신 하나님 기적이란 걸 보여 주셔요!"하고 기도했다. 세상에!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11층 옥상에서 떨어진 아이가 외상도 없이 살았다. 낙하도중 측백나무에 걸려 충격이 줄어 기적을 만들어 냈던 거다.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 너 가 아니면 안 되지, 하고 요긴하게 쓰임을 받을 수 있다면 의미 있으리. 그 일만큼은 너였기에 해 낼 수 있었던 거야, 이때를 위하여 네가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하고 찬사 받을 수 있다면 존재가치는 더욱 귀할 거다. 화단의 측백나무, 어찌 이리 기막힌 기적을 만들어냈을까. 아무도 측백나무가 한 생명을 살리는 놀라운 일을 해내리라 기대하지 못했는데 귀하게 쓰임 받았다.

베란다로 나가 측백나무를 내려다보니 새한마리가 나무에 앉아 종종거린다. 세상에 어떤 이유로도 목숨과는 바꿀 수는 없는 것이거늘, 이때를 위하여 네가 여기 있었노라고 재잘거리는 듯 했다. 측백나무가 고마웠다. 같은 통로에 살면서 죽을 만큼 괴로운 아이를 위해 한말은"119!119!…"한마디였는데 너는 나보다 났구나.

나무는 아픔을 모르는 줄 알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나뭇가지 몇 군데가 여기저기 허옇게 찢겨져 있었다. 예수님 십자가가 생각났다. 피 흘림이 없이는 생명을 살리지 못한다는 성경말씀이 생각났다. 생명을 살리려면 몸이 찢겨지는 희생이 따르는 거로구나. 자신의 소중한 몸을 나누어주는 고통이 있어야하는구나. 측백나무 가지가 찢기면서 한생명이 살았고, 예수님이 십자가위에서 몸이 찢기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시는 길을 열어놓으셨다.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한다. 손해를 본다거나 희생하는 일은 외면하고 달콤한 것만 누리려고 하면서 사랑을 말한다.

측백나무가 고마웠다. 나무지만 기막히게 가치 있는 일을 해낸 측백나무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예쁜 리본을 사서 정성껏 나무에 묶어 주었다. 오늘도 창문을 열고 측백나무를 내려다보았다. 빛은 바랬지만 갈색과 아이보리색으로 조화를 이룬 리본이 측백나무 몸통에 묶여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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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