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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문은 바깥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유발한다. 우리는 문을 열고 나들며 세상과 소통한다. 하나의 공간과 다른 공간을 연결시키는 소통의 고리, 대문, 미닫이문, 자동차문, 모양도 다르고 종류도 많다. 문을 통과하면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의 문들을 여닫으면서 다른 공간들을 접하고 세상을 배워가며 산다.

회전문을 처음 접했을 때다. 대형건물에 들어가는데 누군가 마주 나오면서 문이 저절로 열렸다. 손을 안대도 문이 열리다니 기막히게 좋은 세상이라며 스스럼없이 들어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리는 타임이 자꾸 놓쳐지면서 내려지지가 않는 거다. 건물내부가 보였다 밖이 다시 보였다하면서 그 안에서 몇 바퀴 빙빙 돌아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한번은 상경하여 지하철개찰구에서 난감한 일을 겪었다. 승차권을 인식하는 곳에 댔는데 쇠붙이 가림대가 꼼짝을 않는다. 시골사람이라고 얼굴에 쓴 것도 아니건만, 자존심이 상했다. 이리저리 해보는데 역무원이 다가와 열어주었다. 표 인식하는 장치 오른쪽에 대는 것을 왼쪽에 대고 열리기를 바라다니….

절그럭절그럭 탕, 빙그르르…. 개찰구나 회전문출입이 남들에겐 아무런 의문이나 작은 두려움도 없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들이거늘, 내겐 통과하기 힘든 난문이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의 리듬에 끼어들지 못하는, 부정할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손으로 열지 못하면 기계를 동원하면 되고 유리는 부숴버리면 된다. 쇠막대기정도는 체면가리지 않고 몸을 낮추어 통과하면 그만이다. 처음에 난문이었지 그 뒤 회전문도 개찰구도 문제없이 통과한다. 능숙하고 유려하게 개찰구를 지나고, 회전문통과는 부드러운 춤과 같이, 매일 드나드는 사람처럼 태연스럽기 까지 하다.

그런데, 두드리고 노력해도 열리지 않는 문이 있으니, 마음의 문이다. 스스로 닫은 마음문은 밖에서 열수 없다. 불가(佛家)에서 사용하는 공안(公案)중 졸탁동시(·啄同時)란 말이 있다. 수행자의 노력과 수행을 돕는 스승의 깨우쳐 줌의 시기가 맞아야만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예수께서 문을 두드리시는 성화를 자세히 보면 손잡이가 없다. 이는 닫힌 마음의 문을 밖에선 열수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산을 한 삽씩 떠다 바다를 메우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망망대해에 길을 내는 일은 가능해도, 닫힌 한줌 사람 마음은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결코 열 수 없다.

닫힌 마음문은 정녕 열리지 않을까. 불가의 가르침처럼 밖에서 쪼아야할 부위와 시기를 정확히 알고 쪼아주는 혜안을 터득하면 열리려나. 전능자 예수께선 억지로 열려하지 않고 문밖에서 기다리신다 했다. 그렇게 열기를 기다려 주어야 하거늘, 상대방은 문을 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성급하게 두드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런 노력도 않고 자기만의 영위에 빠져 문 드리는 소리를 외면하며 귀를 막는 사람이여. 혼자만의 가치관에 얽매인 외로운 그대여, 지금 문을 열어보시라.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모름지기 타인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문을 열기만하면 두드리는 이와 만나지게 되고 자유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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