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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며칠 전, 칠보산 산행을 하려고 쌍곡계곡 등산로 입구 떡바위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한적한 산속주차장에 승용차 두 대가 이미 주차해 있었다. 주차하려고 핸들을 꺾었는데 쿨렁! 아뿔싸! 색다른 이 소리 이 느낌…. 이런, 주차해 있던 남의 차 범퍼를 긁었다. 차 꽁무니를 들이밀기 전 빽미러를 보았을 때 차간거리가 그만함 됐다 생각했는데 이 무슨 일인가. 바닥이 움푹 파여 차체가 심히 흔들린 탓이다.

남의 차에 흠집을 내다니, 조심성 없었던 자신에게 화나면서 불평이 터졌다. 승용차 안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숫자가 위로 끝만 간신히 보이도록 가려져서 2인지7인지3인지7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혹시 쌍곡계곡에 주차하셨나요·' 운전석 앞면에 올려놓은 전화번호를 열심히 해독하여 여러 통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는 말만 되돌아온다. 메모지에 상세하게 상황설명과 연락해 달라는 말을 적어 상대방 차의 문에 끼워두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혹시 바람에 쪽지가 날아가면 어쩌나, 그리하여 남의 차를 긁어놓고 도망가 버린 사람취급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불편했다.

"혹시 SM7차 주인 아니셔요?" 마주 내려오는 사람마다 묻기를 거듭하자니 산행이 즐겁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알아보지 못하게 쓸 건 뭐냐 또 불평이 나온다. 개운하지 않아 즐겁게 산행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걸음을 멈추고 급기야 차주 찾기에 들어갔다. 보험회사에 차량번호를 알려주고 여러 통의 전화 끝에 차주와 겨우 통화하고 나서야 안정을 찾아 산행을 진행하노라니, 불평을 마구 남발했던 자신이 보였다.

나는 불평을 잘하는 사람이다. 후진하려면 당연히 주변을 살펴야 하거늘, 더구나 아스팔트도 아닌 곳에서 조심성 없었던 내 실수거늘, 바닥웅덩이를 제대로 메우지 않은 국립공원 관리체계를 불평했다. 범퍼가 긁혀 기분 상했을 상대방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전화번호를 보이지 않게 놓았다고 불평했다. 기다리면 자연히 밝혀질 걸, 인격적으로 비겁한 사람 취급이라도 당하기라도 할까봐 조바심하면서 불평했다.

잊고 있었던 감사노트먼지를 털고 펼쳤다. 일 년에 대수술을 두 번 하면서 저승문턱까지 다녀온 그해 작성한 감사노트다. 마취에서 깨나 첫날 삼성병원병실커튼을 젖혔을 때, 눈부신 태양을 다시 보게 됨을 인하여 감사의 눈물이 절로 났었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몹시 추운 날을 만나면 마취실의 한기를 떠올리며 감사하리라 다짐했었다. 몸이 아프면 예리한 유리조각으로 온 신경을 쉬지 않고 찔러대던 당시 무서운 고통을 떠올리며 감사하리라했다. 그 다짐들을 하고 팔년이 지났다.

도대체 나는 어찌 된 사람인가. 살면서 큰 불행을 만났을 때는 감사하고 소소한 불행에는 불평하면서 살고 있으니…. 운전하던 중 골목에서 아이가 튀어나왔을 때 급브레이크를 밟곤 감사했고,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핸들이 휘청했을 때도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감사했다. 신호대기 중 뒤에서 달려온 차가 내차 범퍼를 박았을 때도 다치지 않은 것을 감사했다. 그런데 교통체증이나 예의 없는 운전자를 만나면 참지 못하고 불평했다. 숨 쉬는 일조차 힘들게 아플 땐 감사해놓고, 감기몸살로 생활에 약간의 지장을 받으면 불평했다.

나는…나는… 도대체 어찌 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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