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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아홉시에 오송역을 출발하는 우리기차는 승객여러분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KTX 차내로 안내방송이 나온다. 높낮이가 일정한, 구슬이 은쟁반위로 굴러가는 것 같은 청량한 여성음성이다. '내가 탄 이 기차가 우리기차였구나….' 원고지 한 장 분량의 멘트 중 우리기차란 말이 정답게 들린다. 감청색 투피스에 앙증스런 스카프를 했을까?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는 저 여성은 어떻게 생겼을까?

고운 미소를 머금고 똑똑 구두소리를 내며 기차통로를 지나간다면 같은 여자지만 행복할 것 같다. 차라도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 우리기차라고 말하니, 나와 미지의 여성과 우리가 되어 함께 탑승하고 있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철커덕철커덕 육중한 쇠붙이 마찰되는 소리마저 정다운 리듬으로 들린다. 오늘따라 우리라는 말이 다가오는 건 흐뭇했던 며칠 전의 일이 떠올라서다.

그날, 딸아이차가 세워져있기에 올라타 촉각을 다투며 일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몹시 마음이 급했다.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삼거리다. 좌우를 살피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진입하여 회전하는데 꽝! 하면서 하얀 승용차가 운전석왼쪽 앞부분을 강하게 들이 받는다. 상체가 심하게 앞으로 쏠렸다. 바람처럼 어디서 나타났단 말인가. 분명히 차가 안보였는데…. 나만큼이나 바빴는가 보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범퍼가 흉하게 찌그러진 상대방 차에서 울상이 된 젊은 여성이 내린다.

급히 가던 길을 가야하는데 남편에겐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래도 가야하는데…. 당황이 된다. 나도 모르게 한 지인의 전화를 눌렀고, 번개처럼 그가 달려왔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알아서 하겠으니 일보러 가라면서 택시를 잡아주었다. "수리를 각각 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차는 우리 돈으로 고쳐야 하니까요. 우리 다혜 차는 연식이 좀 됐으니 가격을 생각해서 범퍼를 중고로 하시지요·" 일을 처리한 후에 그가 하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그는 우리아이를 '우리다혜' 라고 했고, '우리 차'라 했으며 '우리 돈' 이라고 말했다. 아, 그와 우리는 가족이었던 것이다.

자동차접촉사로 인하여 우울했던 마음이 일시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행복했다. 행복은 이렇게 일상의 잔잔한 일들로 감동을 받는 순간 찾아오곤 했다. 행복은 요란하게 계획하고 오거나 예고를 하고 오지 않았다. 대부분 우연히 또는 불시에 환경을 통하거나 작은 상황들과 함께 와선 긴 여운을 남기며 한참씩 머물곤 했었다.

나는 어느 때 행복을 느꼈나. 사소한 일로 행복할 때가 많았다. 세상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산행 중 만난 새파란 대숲사이로 지나는 상쾌한 바람을 느꼈을 때 행복했다. 무리지어 남으로 날아가는 저녁 새를 바라 볼 때, 하교 길에 재잘거리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행복을 느꼈다. 그립다하는 순간 절묘하게 타임을 맞추어 그리던 이로부터 카톡, 하고 안부문자가 도착할 때는 하루가 행복했다.

우리나라, 우리학교, 우리동네, 우리친구… 일상에서 우리란 말을 자주 쓰며 산다. 우리, 나와 너가 하나가 되고, 너의 나가 내가되는 우리…. 우리란 말로 인하여 내가 소중한 만큼 상대도 소중해진다. 우리란 말은 두 사람의 공동경험이다. 상대가 우리로 불러주는 순간 담이 허물어지며 하나가 되니 얼마나 아름다움인가. 가득 차는 그 무엇, 마음에서 우러나는 뭉클한 울림, 우리란 말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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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