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임미옥

작가

"힘없는 강아지에게 테니스공을 보여주고 던지면 뛰기 시작합니다. 강아지는 공을 잡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개그맨 오종철씨가 설명하는 테니스공 이론이다. 그는 무명 개그맨이라는 기나긴 방황의 끝에서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았단다. 강의 초청을 받고 전국을 누비며 다니는 요즘 삶이 형광색처럼 빛이 난다는데, 강아지가 테니스공에게 몰두하여 뛰는 것처럼 뛰면서 다닌단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울림을 주는 것은 그의 고백이 내일의 우리를 기대하도록 도전을 주어서 일게다.

땅에 배를 깔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개에게 테니스공은 목표이고 신념이다. 시골집에 가서 실제 공을 강아지에게 던져 보았다. 형광색 공이 공중에 튀는 순간 귀가 쫑긋 서는 가 했더니 이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 순간만큼은 주방에서 솔솔 풍겨오는 갈비찜 냄새도, 지나가는 암캐도 아랑곳 않는다. 오직 목표는 테니스공이다.

내가 정말 좋아해 몰두할 수 있는 것,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무얼까. 국가를 빼앗겼을 때 많은 애국지사들은 나라를 찾는 투철한 국가관이 테니스공이었다. 민주화의 꿈이, 많은 이들에게 목표하는 테니스공 이었기에 그것에 목숨 걸었던 시절도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테니스공은 무얼까. 그처럼 거국적이진 않더라도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면 행복한 사람 일게다.

"어제 행사로 빈 박스가 많이 나왔으니 가져 가셔요." "아유! 이렇게 고마울 수가…. 고맙고 고마워유!" 교회 쓰레기를 정리하다보면 규격봉투에 들어가지 않는 빈 박스나 페트 병 등 거추장스러운 폐기물들이 상당량 나온다. 치우지 않고 쌓아두면 미관상 문제가 되므로, 그것들을 종류별로 분리해서 할머니께 매번 전화하는 통화내용이다. 교회로선 치워주는 것이 고마운데 고맙다는 말을 꼭 두 번씩이나 한다.

혼자사시는 그분은 평소엔 낙이 없는 표정이다. 그런데 폐지나 고물들만 눈에 띄면 어디서 기운이 나는지 작은 리어카를 끌고 힘차게 달리신다. 기초생활보장수급제도를 통해 나라에서 먹는 문제는 해결해준다. 그러나 인간은 빵만으론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 푼돈이나마 움직여서 벌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말씀하신다. 그렇게 번 돈으로 그분은 화장품도 사 쓰고 주일이면 고운 옷을 입고 교회에 오신다.

폐기물이 있다는 정보 전화 한통이 그분에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이고 반짝이는 테니스공이다. 다양한 삶만큼이나 사람마다 추구하는 신념이나 목표의 종류도 다양하다. 누군가에겐 필요 없어 버린 것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목표가 될 수도 있으니,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귀하지 않은 건 없지 싶다. 몇 푼 되지 않는 폐기물들도 거기에 몰두하여 달려가는 이에겐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는 물건이 되듯, 행복을 통념의 눈으로 잴 수 없고 존재 가치 또한 통념의 잣대로 잴 수는 없을 게다.

나의 테니스공은 어디 있을까. 나만의 의미가 되어줄 테니스공은 무얼까. 청춘시절엔 교회반주자가 목표였던 적이 있었다. 자려고 누우면 건반이 떠오르고 악보가 천장에 돌아다닐 정도로 피아노에 미쳐서 십년정도 두들겨 댔었다. 한때는 사랑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세포가 일어서곤 했었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서리까마귀 할퀴고 지나간 것처럼 오랫동안 가슴이 얼얼했었지만,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그 열정이 참으로 소중하고 어여쁘다.

정서의 냉각이라도 생긴 건가. 지금은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자신이 없다. 이 가을에 무엇으로 나를 깨울까. 테니스공을 찾아야 한다. 나의 혼을 빼앗을 만한 반짝거리는 공에게 가을 갈대처럼 맘껏 한번 흔들리고 싶다. 시든 풀이 일어서듯 나를 일으켜 세울 형광색공이여…. 누가 내게 공 좀 던져주시오. 내 육신의 온기가 마르기전에 내 감성의 샘이 고갈되기 전에 미친 듯 올인 할 수 있는 힘의 원천 테니스공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