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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그날 아침, 급하게 집을 나서고 보니 작은 손가방을 들고 나왔다. 볼펜, 메모지, 거울, 핸드폰, 천 원짜리 댓 장, 빠르게 가방안의 내용물들을 점검했다. 아차, 현금카드와 돈이 든 지갑을 옮겨 담지 아니했구나. 되돌아갈까? 며칠간 쏟은 폭설이 빙판을 만들어 차량들이 엉켜 장난이 아닌 상황을 뚫고 거북이걸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주차비는 할인권이 있으니 다섯 시간까지 천 원이면 해결된다. 시간을 넘겨서 천 원씩 추가된다 해도 지폐가 댓 장은 되니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종강작품을 전시중인 충북대학 개신문화관 갤러리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 공예, 꽃꽂이, 크로키, 등 볼거리들이 다양했다. 한쪽에 내가 속한 창작수필전시코너가 있다. 따를 수(隨)에 붓 필(筆)자로 붓 가는 대로 쓴다는 수필은, 자연이나 사물을 고찰(考察)하여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친숙한 문학 장르다. 진솔하고 품격 있는 좋은 수필이 많을수록 세상은 그만큼 밝아지리라.

나름 뜻있는 하루였다고 자평하며 학교를 빠져 나오는데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자동차 통행차단기에서 할인권과 천 원짜리 한 장을 내밀자 이번학기부터 주야간반 할인권이 다르게 적용된다며 내가 가진 할인권은 적용이 안 되니 칠천 팔백 원을 달라는 거다. 난감했다. 차안의 동전을 쓸어 모아도 모자란다. 그동안 천 원 이면 통과했었기에 몰랐었다, 돈이 모자란다 했더니 교내 뱅크에서 돈을 빼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차 넘버를 적어 놓겠다. 어차피 내일 또 올 것이니 꼭 주겠다고 정중히 부탁했지만 해결하고 가라는 말만 반복한다.

차를 한쪽으로 세웠다. 목 짧은 겨울해가 야박하게 꼬리를 감추자 순식간에 컴컴해졌다. 이럴 수가, 눈이 녹아 질척거리듯 기분이 구죽주하더니 급기야 자존심이 구겨지며 화가 치민다. 시동을 끄니 금시 동태가 될 것처럼 추워서 시동을 켠 채 지인이 올 때까지 삼십 분 넘게 있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손해인가. 내 인상이 푼돈이나 떼먹을 사람으로 보이나. 홈페이지에 올려 야박함을 항의 할까. 요금을 받는 그녀가 답답하고 미웠다. 싸락싸락 승용차 유리를 때려대는 눈발들마저 잔돈푼을 덜 내려는 몰염치한 사람이라 조소하는 것 같았다. 대거리를 하여 그의 사고를 바꿀 용기도 없이 속만 끓이는 자신에게 더욱 화났다.

이건 아니잖은가. 이 상황을 어찌 전환시킬까. 그렇지, 살면서 화나는 일을 만나면 예수님을 생각하라고 배웠지. 예수님은 죄도 없으시면서 모욕당했고 십자가에 못 박는 그들을 위해기도 하셨잖은가. 감히 예수님의 경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생각을 전환했다. 그리고는 '반달가방을 들고 나온 내 탓이다.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걸 알았을 때 되돌아가지 않은 내 잘못이다.'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슬그머니 화가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문제를 내안에서 찾아 생각을 전환하고 예수님경우를 생각하니 비로소 요동치던 감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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