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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끝은 애틋하고 시작은 설렌다. 새해의 첫 주에 섰다. 작심삼일 일지언정 새해 계획을 품는 것만 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계획은 작고 단순하게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무얼까 생각 끝에 최종 리스트에 낯선 종목을 하나 더 올렸다. 그렇게 몇 가지를 써 놓고 보니 해마다 거르지 않고 신년계획에 포함되는 단골 메뉴가 있다. 다름 아닌 운동인데 거창한 게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매일 걷는 것을 말한다.

15여 년 전이다. 집안에 우환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시부모님 두 분이 같은 시기에 많이 편찮으셨다. 빨래며 목욕, 병원을 분주히 오갔지만 노쇠하신데다 병이 깊어 차도가 더뎠다. 나로선 그저 정성껏 돌봐드리는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1년이 지나자 환자도 환자지만 내 건강도 서서히 수면에 떠오르게 되었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어두웠고 몹시 지쳐있었다. 보다 못한 지인이 하루에 30분이라도 나와서 걸어보라 권했다.

그날부터 집 가까이 있는 동산을 열심히 걸었다. 꽉 막혔던 가슴에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고 30-40분 걷다 보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태양에 그을리고 장맛비도 맞으며 걸었다. 한 달 쯤 지나자 답답했던 내 안으로 푸르른 기운이 스며들었고 내 눈빛은 예전으로 돌아와 반짝거렸다. 그래서일까 육체가 힘들다 투덜거리면 낮에 들어왔던 푸른 기운이 내 몸을 토닥였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저 운동을 하니 좋아지나 보다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시골집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중, 생전에 어머님이 쓰셨던 공책을 발견했다. 낡고 누런 종이에는 짤막한 글이 한 줄 씌어있었다. '오늘 운동을 했더니 몸이 어제보다 가뿟하다 내일도 해야겠다'. 평생을 흙만 만지시던 어머님에게서 듣는 운동이란 두 글자. 왜 내 가슴이 먹먹하게만 느껴졌을까. 운동이란 두 글자는 몸은 신호를 보내는데 병명을 알 수 없었던 때 당신이 걸었던 희망의 단어가 아니었을까. 문득 서툴게 쓰인 글씨에서 당시 절박했던 마음이 아프게 전해졌다. 생각하면 그때처럼 운동이란 이름이 갖는 의미를 절실히 느껴본 적이 없다.

운동은 자신의 기운을 움직이고 바꾸는 일이다. 날마다 운동을 하는 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씨앗을 가진 사람이란 뜻 일게다. 안타깝게도 어머님은 가셨지만 적어도 살아 계신 동안 당신의 존재감은 잃지 않으셨다.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지인이 내게 왜 걷기를 권했는지를. 운동은 세포와 맥박이 나는 지금 이렇게 펄펄 살아 있다고, 건재하다고 나에게 전하는 외침이다. 내 삶을 일으킬 사람은 오직 나이기에 외침은 절절하다. 그만큼 절실한 살아있음의 증거요 희망이다. 단, 몸에 부담이 가서 외침을 듣지 못하게 되면 안 되기에 너무 많은 목적이나 이유는 내려놓으려 한다.

2015년은 을미년, 을(乙)을 뜻하는 푸른색 청양 띠 해이다. 푸른빛은 생명의 빛이요 살아있음이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밥 먹듯이 되지 않는 게 또 운동이지만 움직이리라. 더욱 푸르게 내 삶을 푸른빛으로 물들이며 살아 있다고 자신에게 외치길 소망한다. 푸른 양 푸른 기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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