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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6월이 찾아오자 햇빛은 사나워졌다'. 얼마나 오랜 가뭄이었으면 햇빛을 사나워졌다고 했을까. 존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에서 햇빛을 그렇게 표현했다. 지금 내 눈 앞에도 내려쬐는 햇빛이 얼마나 사나운지 밭작물들이 아사직전이다. 벌써 며칠 째인가. 마늘, 고추 모종도 가뭄으로 생육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공기가 희박해졌고 하늘과 땅 색깔은 더욱 엷어졌다. 무엇이든 움직일 때마다 허공으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가라앉는다.

이상고온과 가뭄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가뭄을 의심했지만 '아직은' 했었다. 5월 초 곡우(穀雨)에 비가 내려서 흡족은 아닐지라도 최악의 가뭄은 면했기에 '그럼 그렇지' 했다. 그리고 몇 번의 동족방뇨(凍足放尿) 수준의 찔끔비가 내려도 '또 오겠지' 했다. 그런데 '또 오겠지'가 영 기미가 보이지 않는 6월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5월 강수량도 평년보다 51.5mm 적게 내렸으며 6월도 평년과 같거나 다소 비슷할 것이라 한다. 논과 밭만 타들어 가는 게 아니라 마음도 타들어가는 요즘이다.

대청댐 전망대에 올랐다. 바닥이 훤히 보이고 댐 주변 기슭도 민낯으로 드러나 있다. 오늘은 올해 들어 저수율이 가장 낮게 떨어졌다고 한다. 대청댐은 소양댐, 충주댐에 이어 저수용량 14억 9천만㎥의 큰 댐이다. 이 물로 대전광역시와 청주시를 비롯한 충청권 일부지역으로 용수와 식수를 공급한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본 대청댐의 수위는 한 눈에 보아도 가뭄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겠다. 계속 저 상태라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그뿐이 아니다. 흙은 바짝 말라 딱딱하고 만지면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경작지에 심겨진 바싹 타버린 마늘과 옥수수 등 밭작물의 피폐한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돌아오는 길, 밭에 심겨진 작물들의 애절한 눈빛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농부의 마음이 오죽할까. 땅은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일부이며 그 사람을 닮아 간다. 농부는 땅을 밟고 경작 하면서 흉작이 들면 슬퍼하고 비가 오면 기뻐한다. 그러면서 그 땅이 그 사람이 되어간다. 땅은 정직하다. 사랑을 준만큼 반드시 돌려준다. 그 이치를 땅을 사랑하는 농부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더러 농사가 잘 안되더라도 그는 땅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자신이 땅을 더 사랑하게 해 달라고 전력을 기울여 종종걸음을 친다. 땅이 말한다. 직접 손과 발로 어루만지는 이를 사랑한다고. 아무리 땅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땅을 만지지 않거나 보지 않거나 땅을 밟지 않는 사람에겐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단지 그냥 재산이 많을 뿐이란다. 사람세상도 다르지 않지 싶다.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한들 마음의 빈곤을 어찌 극복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가물어지는 건 왜일까.

현대사회는 물질 만능주의에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풍요속의 빈곤의 시대다. 가진 자는 약자의 아픔을 사랑으로 보듬지 못하고 빈자는 분노로 스스로 자신을 부순다는 말이 생각난다. 타인의 마음을 적신다는 건 농부가 씨를 뿌리고 가꾸는 마음과 다르지 않지 싶다. 농심이 천심이란 말을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는 흙을 밟지 않고 만지지도 않으면서 땅만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땅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서 어찌 영혼을 나눌 수 있을지. 땅이 그 사람이란 걸 잊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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