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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사람은 보여도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자식도 예외는 아니지 싶다. 오죽하면 자식을 거죽으로 낳지 속까지 낳느냐는 말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식의 속을 안다고 착각하는 게 부모의 어리석음 아닐까 싶다. 인간은 왜 이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리어왕의 대사처럼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울면서 태어난 존재는 아닐까. 바보들이 바보들을 위한 무대. 오늘은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간 길을 걸어 본다.

흔히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허망한 인간의 욕망이라 했다. 극작가 버나드쇼 역시 리어왕을 "가장 위대한 비극"이라고 평했다. 그는 왜 노년에 이런 비참한 얘기를 썼으며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리어왕을 통해 통찰력을 제시하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사실 '리어왕'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슬픈 가정비극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가정비극은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간이 단초가 된 슬픈 사건이다. 그래서 슬프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희곡 리어왕을 냉정하게 짚는다면 리어왕이 자초한 부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부모 노릇이란 게 더 어렵다는 걸 가리키고 있다.

리어왕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그도 별수 없이 한 가정의 가장이요 딸 셋의 아버지다. 다만 그의 지위가 일반인과 차이가 있을 뿐. 지위라는 것도 잠시, 내려오면 허망하고 허망한 것 아닌가. 이 작품은 1장부터 이미 불안한 조짐을 시작으로 세 딸들이 모두 죽고 5장 마지막 장에서는 리어왕도 죽는, 결국 가족이 모두 죽는 것으로 마감을 한다. 여기엔 왕이라는 허울만을 믿고 경솔한 판단을 한 어리석음이 있다. 그 어리석음에 크게 세 가지 그릇된 도덕적 판단이 작용했다. 첫째는 효심이라는 정서적 개념을 물질적인 보상의 개념으로 보았고 효도하는 마음을 말로 표하는 일이 효성을 입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리어왕은 자기중심적이고 물질주의적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진실한 사랑을 어떻게 알아보냐는 판단력의 문제이다. 문제는 겉만 보고 전부로 착각한다는 데 큰 패착이 있다는 점이다. 리어왕은 겉으로 보이는 말에 속은 것이다. 물론 침묵을 너무 오래 참으면 사랑을 잃을 수도 있지만 핵심은 사랑이 정녕 있느냐는데 있다. 실예로 1장에서 막내 딸 코딜리아니의 없음입니다가 실은 사랑 있음이라는 것과 큰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의 입 발린 사랑 있음이 사실은 사랑없음으로 밝혀진 이후의 리어왕의 무너진 삶을 보라. 겉만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향한 일침이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너무 성급하게 권력과 재산을 주었다. 단지 자신이 늙었다는, 의지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런 허망한 바람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도 잃게 되었다. 리어가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실적 장면이다. 감정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정체성의 끈은 놓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니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 두 딸에게 땅과 권력을 모두 넘겨줌으로서 모든 걸 잃은 리어왕이 미치지 않고 어찌 살 수 있었을까 싶다. 좀 더 신중하게 천천히 판단을 했어야 했다.

비극의 가치는 관객을 높은 도덕적 세계로 끌어 올리는 데 있다고 한다. 리어왕 역시 물질 우위와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지혜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어떤 시대에서건 도덕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다면 수많은 리어왕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짐작도 하게 한다. 시간도 욕망도 존재도 결국 소멸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각자가 해석할 부분이지만 나는 세익스피어가 언급한 도덕경의 상선약수(上善藥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건 거창한 게 아니다. 어쩌면 그건 눈만 뜨면 마주치는 가족을 시작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서로를 가엾게 여기는' 낮은 자세를 가리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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