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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참은 아니지만, 착각하게 되는 말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소년' '소녀'라는 단어다. 언젠가 글공부하는 분에게 "어머나 소녀 같으세요" 랬더니 "늙은이가 무슨요"라며 쑥스러워하신다. 글 속 감성을 칭찬하려던 참이라 한 마디 더 보탰다. "소녀 감성도 있으세요"했더니 "제가요?"라며 수줍어 얼굴까지 붉히신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아주 어리지도 않고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은 한 소녀를 보았던 것 같다.

소년기는 불안과 책임의 짐을 걸머지지 않았던 해맑고 순수했던 시절이다. 그저 본능과 충동에 따라 행동했던, 생긴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던 우리들의 얼굴이 거기에 있다.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은 이런 소년의 이야기로 꿈과 낭만이 가득했던 유년 시절에 대한 찬가요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찬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가 자신이 소년의 마음으로 살았고 소년의 마음으로 작품을 썼을 만큼 소년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는 소년만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일이 하나같이 지독하게 규칙적이라서 정말 견딜 수가 없어"라며 투덜대는 톰소여는 개구쟁이에 악동이다. 그는 수시로 창문을 통하여 드나들거나 담장을 뛰어넘는다. 드디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톰소여는 잭슨 섬으로 가출을 감행하고 하룻밤을 대자연 속에 안긴다. 그리고 문명을 벗어난 대자연 속에서 자유와 평화, 안식을 오롯히 만끽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왠지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마냥 자연에만 머물 수 없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는 혼자가 아니며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잭슨 섬을 떠난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톰소여는 우연히 목도하게 된 악당 인전 조 살인사건에 휩쓸리게 되는데 이때부터 소년의 모험은 시작된다. 순수세계에서 경험세계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규율과 전통, 인습을 끔찍이도 싫어하던 톰이지만 온갖 경험을 겪으면서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때의 깨달음은 마크 트웨인이 설정한 두 상징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즉 잭슨 섬과 맥두걸 동굴이 바로 그것이다. 섬과 동굴은 인간에게 거쳐야하는 시련과 고통을 상징적 의미로 보여준 것으로 청년기와 성인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할 시련 과정이다. 특히 잭슨 섬에서 고립하는 동안 폭풍우나 번개 천둥은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도록 하는 힘의 바탕이 되었을 뿐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도록 하는 힘의 바탕이 되어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톰과 인전 조 두 인물이 벌이는 생의 모험은 가치관에서부터 달랐기에 결과가 예상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험의 끝이 모두 평화이거나 행복은 아니다. 때론 주저앉거나 죽을 수도 있다. 왜냐면 인생이 모험에 속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든 가름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시련과 고통을 겪은 톰은 조금 교훈적이다. 인간사회에는 사회규범이 있어야 하며 남에 대한 배려와 선악에 대한 판별의 눈이 트이게 된다는 것인데 아마 이 점은 인생에서 어떤 시기보다 소년기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것은 "이론이 경험을 이기지 못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다. 또 하나, 딱 여기까지가 소년의 이야기라며 소설을 끝낸 뛰어난 필력이다.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게 생의 패턴이다. 우리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인이 되면서 그렇게 늙어간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이 지녔던 순수성을 잊거나 잃어가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은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 그리움이 있다는 건 아직 소년 감성이 남아있다는 것이요 부끄러움이 있다는 말이다. 아니, 그 그리움이 있기에 그나마 가끔씩 '잃어버린 낙원'을 뛰어다니는 해맑은 ' 소년을 볼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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