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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4년 전, 발트의 라트비아 여행 때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느긋하게 맥주 집으로 몰려갔다. 여행의 피곤을 날리려 모인 자리인 만큼 빈맥주병이 늘어나면서 술기운이 돌았던 것 같다. 한 분이 벽에 걸린 마릴린 몬로의 사진을 가리켰다. "참 매력적이지유? 난 언제 봐도 저 여자의 살짝 벌린 빨간 입술이 섹시하던데 어때유? 이에 맞은편에 앉았던 아주머니가 받는다. "그리유 남자들은 빨간 입술을 보면 술맛도 더 좋다던데 진짜유?

실제로 여종업원이 빨간색 옷을 입으면 좋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심리학자는 빨간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다. 2012년 숙박업 관광 연구라는 연구 논문에 실린 결과에 따르자면 그렇단다. 빨간색 옷을 입으면 남성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이 26퍼센트나 증가한다는 것이다. 스포츠계에도 영향이 있었다. 영국 축구팀이 빨간 유니폼을 입고 뛸 때 다른 축구팀보다 우승을 더 많이 하고 평균성적도 좋았다고 한다.

과학적 논리로는 공감이 가지 않지만 빨간색을 입은 여인에게 팁을 더 주게 되고 경기 성적이 좋아졌다는 건 사람들의 기분이 상승되었다는 얘기다. 기분이 상승되면 호감도가 올라갈 것이고 좋은 감정 즐거운 마음이 능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빨간색은 호감도가 높은 색이란 걸 알 수 있다. 호감이 가면 반쯤은 마음이 끌려있다는 말. 물론 끌림이라는 말에는 한마디의 말이나 손짓하나에서도 눈빛에도 끌린다. 사강의 소설 주인공 폴이 젊은 청년 시몽으로부터 들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한 마디에 말에 끌렸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어찌 보면 빨간 색이야말로 빨강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적인 색이 아닐까 싶다. 그것엔 빨강색에서 연상되는 피와 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둘 다 강렬하다. 심리적 작용을 지나 근원적 경험을 통해 오래 전부터 이끌렸던 것 같다. 조사에서도 대학생들에게 빨간색을 보면 연상 되는 게 뭐냐 물으면 피와 불의 연상이 첫째 순위를 차지했다. 피와 관련해서는 신체감각 빨간 머리칼 립스틱 사창가 상처 고통 전쟁 재물이 연상되었다. 불에는 방화 불의 신 프로테우스 빨간 벽돌 빨간 지붕이라 답했다. 오늘날에는 즐거움과 행복의 상징으로도 또는 공산당을 의미하는 상징색이기도 하다.

피와 불, 근원적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듯 빨강은 어디에서 봐도 눈에 튄다. 때로는 볼수록 뜨거워지는 느낌, 내적으로는 뜨거운 열정을 또는 아픈 상처처럼 마음을 후려갈긴다. 한마디로 강하다. 가라앉는 게 아니라 뜨겁고 마음과 시선이 색에 끌려간다. 특별한 조건이나 이유 없이 끄는 힘 그게 빨강의 힘이리라. 그 힘은 인간세상과 연결되어 전쟁과 변혁을 일으키는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다. 오죽하면 "피는 세상을 돌게 하다"고 알렉산더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빨강은 생명과 성에 밀접하다. 피의 색인 빨강은 태고의 의식에 관련된 예로 동물의 살육에 해당한다. 즉 빨강은 생명유지와 섭식에 기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렵문화의 경우에는 희생재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이렇듯 빨강은 내외적인 상징성이 있다. 이 내외적 상징적 공통점은 빨강은 일단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끈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끌림이다.

한편의 영화에도 울고 웃는 게 인간이다. 색에 끌리는 것 또한 인간이다. 그날 일행은 오랜 시간 마릴린 몬로 사진 앞에서 잔을 기울였다. 무엇이 우리 일행을 오랜 시간 머물도록 했던 걸까. 어쩌면 인간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고 본능적이며 가녀린 감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입술이 흰색이었다 해도 빨간색만큼 끌렸을지 모르겠다. 빨간색이야말로 단순하고 본능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던 건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날의 빨간색이 일행을 즐거운 시간으로 이끌었던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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