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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행복한 가정은 고만고만하고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장 첫 문장이다. 이미 가정의 중심에 부부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으며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가정의 문제가 행복하다 또는 불행하다에만 의미를 두어야 하는 걸까.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세 쌍의 부부를 통해 거짓과 진실, 도덕과 부도덕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 쌍의 부부다. 안나와 알렉세이, 레빈과 키티, 안나의 오빠 스티바와 돌리 부부다. 그리고 안나의 연인 브론스키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시대 상류계층에 속했으며 가정은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도덕관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안나의 가정이 파기된다. 솔직하고 명랑하며 친절한 여인 안나. 활기찼던 그녀의 생명력이 어떤 이유로 스러져 갈 수 밖에 없었던 걸까.

생명력! 듣기만 해도 새로운 것이 위로 뻗어 오르는 느낌, 설렘 또는 기쁨이 연상된다. 작가는 브론스키의 말을 빌려 안나의 최대 매력을 생명력에 있다고 찬미한다. 이성과 도덕으로 누르고 있어도 삐져나오는 생명력, 열정 또는 쾌락, 기쁨 등 인간의 잠재된 본능이다. 그런 그녀의 눌린 생명력을 도발한 인물이 청년 브론스키이다. 사랑에 빠진 안나. 생명력이 닿을 종착역을 재촉이라도 하듯 남편과 아이를 살뜰이 챙겼던 안나는 나름의 이유를 들면서 변해간다. 대화를 뭉개거나 진실 앞에서도 거짓을 말하고 뻔뻔스러워진다. 그러면서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의 사랑만이 진실이라는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 남편 역시 대화의 노력을 미루고 두려워만 한다. 나중에 안나를 용서는 하지만 종교로 포장된 교조적 위선이었기에 끝까지 관용을 베풀지는 못한다.

또 한 사람, 레빈이란 인물을 보자. 농부인 그는 매우 반듯하고 도덕적이며 독립적 성향의 인물이다. 레빈의 생명력의 기저에는 항상 자연이 토대로 서 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면서 생명 있는 것들에서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 그에게 건실한 생명력이란 흙빛처럼 담담하고 겸손한 태도라고 확신한다. 그의 이런 확신에는 형 니콜라이의 죽음을 계기로 생에 대한 유한성을 알게 되면서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 그 고민은 아내와 가족, 가난한 농부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스티바 돌리 부부에게 다가간다. 외도는 하되 가정은 깨지 않고, 죄는 인정하되 속이지 못한 걸 후회하는 스티바, 그런 남편의 거짓과 위선을 알지만, 아이들에 위안을 삼으며 참고 사는 돌리. 이 부부에게서 부부의 문제는 부부만이 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주제를 생명력과 거짓말로 보았다. 생명력과 거짓말은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얽히고설킨 인간의 삶에서는 떼어놓기 어려운 관계다. 생명력은 존재 자체이며 원동력이고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거짓말은 생명력에 대한 진실을 애써 부정, 착시하려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때로 생명력의 본질을 흐리거나 합리화해서 진실을 덮거나 포장을 한다. 거짓말이 불러오는 파장은 생각보다 매우 클 뿐 아니라 선을 넘으면 생명력을 시들게 하는 파괴력도 있다. 선을 넘은 안나와 브론스키, 스티바. 솔직하지 못했던 카레닌, 돌리. 그리고 레빈 부부에서 조차 보였던 게 거짓말이었다.

인간의 유한한 생명력은 자연의 순리고 생의 엄중한 진실이다. 그 진실의 뿌리에 삶의 본질이 있으니 행복 역시 단순하고 소박한 데 있다고 본다. 고만고만과 나름나름, 각자의 자리에서 돌아볼 일이다. 톨스토이는 레빈을 통해 삶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넌즈시 가리킨다.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는 것인지 자신의 의문과 관계가 있는 것을 삼라만상 속에서 찾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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