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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여기 20대 한 청년이 있다. 피자를 좋아하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단골 피자 가게를 인수해 개업 한 지 9개월이 되었다. 그는 흔한 요리학원도 거치지 않고 전 주인에게서 피자 만드는 법을 속성으로 배워 영업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다소 불안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실습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게 얘기하면 용감한 거고 현실적으로 엉뚱 불안한 자영업을 시작한 셈이다.

청년은 오늘 전문가 앞에서 평가를 받기 위해 피자반죽을 밀고 있다. 가만 보니 되는 대로 미는 게 아닌 것 같다. 먼저 밑에서 위로 밀더니 다시 가운데를 밀고 좌우로 돌리고 다시 밑에서 위로 밀대를 반복 이동한다. 그다음 얇게 민 반죽 위에 감자와 베이컨이 올려 지는데 이것 역시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추어 놓는다. 판위에 올리는 개수도, 익힌 피자를 썰어놓는 간격과 횟수도 똑 같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으니 배운 대로 하는 거란다. 그런 그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일면이 보였다. 주방의 청결은 물론이고 모든 물건을 쓰고 나면 항상 제 자리에 제 물건을 놓았다. 무의식 행동에서도 그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따끈한 피자 한판이 식탁위에 올려졌다. 전문가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배운 대로 기본을 잘 익히는 게 먼저라며 잘 지키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칭찬한다.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유명 피자집에서도 기본을 안 지키는 집이 많다는 말도 한다. 처음엔 그 말이 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서툰 청년인데 무얼 보고 기본이 잘 됐다고 하는 걸까 의아했다.

반죽 미는 데 무슨 법칙이란 게 있단 말일까 맛만 있으면 되지 않나. 그런데 전문가의 말은 단호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체계가 흐트러지면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즉 청년이 지키고 있는 정돈, 청결, 배운 대로 하는 것 그것이 피자 만드는 과정의 기본에 해당하는 행위란다. 그러니까 청년이 기술은 부족하지만 피자를 잘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본을 잘 지키고 있다는 말 일 것이다.

물론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맛이다. 그런데 맛 이전에 준비해야할 요건이 청결과 정리정돈이며 이 기본이 잘 지켜져야 창의적인 요리로 향할 수 있다는 말 일 게다. 아무리 요리기술이 뛰어 나도 위생이 불결하고 조리기구가 흐트러진 주방에서 음식이 조리된다면 과연 그 맛이 정상일까. 당장은 쌈박해 보일지 모르나 기본이 흔들리면 조리체계가 무너지고 들쭉날쭉 맛이 달라지면서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어떤 분야든 기본부터 시작한다. 기본은 대개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이때 탄탄한 실력을 쌓으려면 가장 먼저 오래 익혀야 하는 것이 이 기본의 습관화이다. 습관은 오랜 기간 매일 반복되는 가운데 자연적으로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이다. 기본이라는 것도 그렇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을 말하는데 습관이 될 때 까지 매일 반복해서 익혀야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행동을 어떻게 잘 지켜나가야 하는 가가 모든 일의 관건일 것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진다고 봐야한다.

세상살이도 사람관계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흔히 상식적인 행동과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고 한다. 역으로 타인을 배려하거나 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 그 사람 기본이 되었다고 한다. 사회가 아무리 어지럽더라도 세상엔 지켜야 할 상식적인 말과 행동이 있는데 그것이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란 생각이다. 이제 막 피자가게를 연 청년을 보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삶의 기본을 잘 지켜가길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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