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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이 색이 날씬 해 보이는 것 같은데 아니다 저 색이 더 좋겠지· 아침 마다 딸아이는 좀 더 날씬 해 보이는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그 애 나름의 고충이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그러니까 그게 딸아이의 평균 체중이요 살찜이건만 날마다 날씬해 보이기 위해 고심한다. 그 애 말처럼 날씬해 보이는 색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날씬 해 보인다는 검은 색은 어떤 상황에서도 날씬해 보이기만 했던가.

젊은 사람일수록 몸매가 날씬한 것을 선호한다. 대개 젊은 여자에 해당하는 얘기인데 나이 든 여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설사 뚱뚱하다해도 직접적인 표현 듣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날씬하다는 건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럴까. 뚱뚱한 사람들의 흔한 인상은 둔해 보인다는 느낌도 있지만 왠지 너그러워 보인다거나 후덕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바싹 마른 사람보다 넉넉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뚱뚱하다는 건 왠지 넉넉함을 외모로 미리 예단하는 것이니 그리 나쁠 게 없건만 왜 사람들은 뚱뚱하다는 소리에 예민해 하는 걸까. 시대 분위기도 있지만 미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 아닐까. 즉 외모로 일단 그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도래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고 그렇게 보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그러나 날씬하고 뚱뚱한 것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생활습관이라던가 유전 주위환경 등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그리 되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뚱뚱한 사람이나 날씬함을 넘어 마른 사람 모두 고충은 있다. 극과 극의 보완을 어떻게 맞출 수 있느냐에서 생각해 낸 게 색으로 보완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온 게 어떤 색 옷을 입어야 날씬해 보이느냐 라거나 덜 뚱뚱해 보이느냐이다. 자신의 단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색으로 대치해보려는 생각은 눈물겨운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면 색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일정부분 미화되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리라.

벌써 5년이나 되었다. 리베로나 프리다 칼로와 더불어 멕시코 태생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르의 한가람 미술관 작품전은 좀 독특했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이 사람을 모델로 하였다. 그것도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인, 멋있는 신사가 아니라 상체는 뚱뚱하고 풍만한데 다리는 짧고 발은 조그맣한 신사숙녀 심지어 주교님도 있다.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철저히 불균형한 사람들의 도발적인 느낌이다. 분명히 뚱뚱한 사람들인데 작가는 한사코 뚱뚱한 사람을 그린 게 아니라고 한다. 형식주의 원칙으로서의 변형이라고 그는 말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정형화되어 형식화 된 게 아니라 그 너머에도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3세기는 뚱뚱한 것이 행복한 시대였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외양의 날씬한 것만이 꼭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는 것. 거기엔 내적인 아름다움이 곁들여 있었다는 말. 일예로 플라톤은 유명한 철학자이고 사상가로 말랐을거라 짐작 하지만 실은 키가 크고 살집이 좋았다고 한다. 또 성 토마스 아퀴나스 전기를 쓴 작가는 아퀴나스가 가장 뚱뚱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렇다면 그게 조롱거리였느냐 하면 오히려 그들은 뚱뚱한 것에 행복해 했다.

사람들은 흔히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내적인 성숙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갈수록 그게 이론에 떠돌고 말 때가 많다. 심지어 뚱뚱하거나 바싹 마른사람의 고충을 전혀 도외시하는 편협된 태도도 볼 수 있다. 그 고충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본 모습 그대로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을 의도적이라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시선이야말로 진정한 날씬함이요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대상이란 알 수 없는 것, 뚱뚱한 것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지 누가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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