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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난다고 했던가. 신(神)과 인간의 관계를 세심하고 예리하게 파헤친 소설이라면 단연 도스토엡스키의 명작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라 생각하고 있다. 제목부터 악(惡)을 드러냈다. 사실 까라마조프는 성(姓)씨가 아니다. 까라마조프는 본래 검다를 의미하는 중앙아시아어의 하라(hara)와 바르다란 의미의 러시아어 마자찌(mazat)의 결합어다. 그러니까 까라마조프란 어둠과 악으로 뒤범벅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도스토옙스키식 명칭이다.

핵심 주제도 악(惡)을 부각한 친부(親父)살인이다. 이 소설에서는 욕망과 증오로 뒤덮인 까라마조프가의 비극이 어디서부터 왔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이에 작가는 우리 머리 위에는 천상의 심연이, 발아래는 타락의 심연이 있음을 암시한다. 즉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고 도덕과 자유 열정을 존중하는 천상의 심연과 신은 없으며 인간이 만든 가치를 모두 부정하고 인간은 진실이나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타락의 심연이다.

이 두 심연의 무대에 '까라마조프가'의 가장인 표도르와 미쨔, 이반, 알료사 그리고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가 등장한다. 작품의 특징은 사회와 도덕을 파괴하는 사악한 사람들을 소설 중심에 두었고 종교적 구원과정보다는 재산과 여자문제를 둘러싼 암투와 재판과정에서 불의와 편견이 판치는 카오스의 세계, 악의 세계를 드러낸다. 도대체 이 집안에 뿌려진 악의 첫 씨앗은 어디에서부터 움텄을까.

어린 시절 자기 보금자리에 대한 첫인상이 인간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작가는 미쨔나 이반,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를 그 반열에 올렸다. 아버지인 표도르는 사회의 도덕과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고 돈과 여자등 자신의 욕망에만 집착한 사악한 인물이다. 자식들은 철저히 황야에 내팽겨쳤다. 이런 아버지의 사악함은 자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영혼의 상흔을 남긴다. 원망과 증오가 싹텄고 신과 인간을 불신하며 종내는 친부에 대한 살의와 살해교사로 치닫게 된다. 더구나 정상적이지 않은 스메르자코프에게 살의를 품게 하고 살인을 부추겨 결국 아버지를 죽게 하는 끔찍한 결과를 빚는다.

갈가리 찢긴 영혼이 악의 유혹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마음속에 악(惡)만 존재했던 걸까. 작가는 이반의 입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본성의 빛이 있음을 밝힌다. 그는 동생 알료사에게 말한다. "난 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아니야 난 그가 창조한 세계를, 신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는 본성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인간에 대한 불신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이중적 논리이다. 게다가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아니라면서도 뒤로는 슬며시 신을 앞세워 맹목적 믿음과 신앙의 권력에 복종해 지상의 빵을 얻는 것만이 인간의 행복이라는 건데 겉과 속이 다른 비굴한 이론 아닌가.

그의 말대로 인간이 인간을 불신하고 인간의 가치를 부정한다면 과연 인간에게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인간이 불완전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맹목적 믿음이나 신을 내세운 권력에 복종해서 얻는 지상의 빵이 행복이라면 그건 정신적 자유의 상실과 존재의 부정을 의미한다. 더구나 내 자유의지로 얻지 않았기에 배는 부를지언정 영혼은 늘 허전하다.그래서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는 동물과 다른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믿다 인정하다의 반대는 불신과 부정이다. 인간불신은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 내가 없는 영혼은 빈껍데기와 같아 영혼의 허기로 이어지면서 양심의 공백을 불러온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렇게 영혼의 허기에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선(善)의 본성에 따라 마지막 구원요청을 하는 곳이 어디일까. 천상의 심연에 계신 신 앞이 아닐까. 믿음 때문일 게다. 왜일까. 신과 인간, 둘은 운명적, 역사적으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여서일까.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맹목적 믿음은 복종적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일 게다. 작가는 이 고민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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