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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녀석의 하얀 털은 보드랍고 포근하다. 하지만 그의 묘한 눈빛을 보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동물이 내겐 고양이다. 어릴 적 할머니는 녀석을 '고냥이'라고 부르며 귀애(貴愛)했다. 반면 고양이를 예뻐하지 않았던 나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만 들려도 귀를 막고 이불을 덮었다. 고양이에 대한 서름서름함은 오래 계속되었다. 그런 내게 고양이에 대한 다른 시선을 느끼게 한 두 장의 고양이 그림이 있다.

2023년 한국에서 전시도 했던 화가 루이스 웨인(1860-1939)은 평소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특히 1886년 의인화된 고양이를 발표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양이가 멋진 양복을 걸쳐 입고 독서를 하고 시장을 본다. 게다가 고양이가 사람처럼 말하고 웃고 떠들며 화도 낸다. 그러면서 고양이를 통해 침묵하는 대중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풍자적 묘사를 표현했다. 사람들은 이런 색다른 고양이의 모습에 열광했다. 그런데 이런 동물 그림 선호 현상은 외국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루이스 웨인보다 일찍 조선에도 동물 그림이 존재했고, 환영을 받았다.

조선 후기, 사람들을 열광케 한 이들은 도화원의 화가들이다. 열광의 현실적 이유는 고양이가 장수를 비는 축원의 선물로 여기는 데서 비롯됐다. 대표적으로 단원 김홍도(1745-?)가 그린 황묘농접(黃猫弄·)이나 김득신의 파적도(破寂圖), 변상벽의 묘작도(猫雀圖)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변상벽'의 묘작도(猫雀圖)는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이다. 34 작품 중에서 15점이 고양이 그림일 만큼 변 화가는 고양이 그림을 많이, 잘 그렸다고 한다. 더구나 그가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변 고양'이라 불렸다니 별명만으로도 그의 고양이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변상혁(1730-1775)의 묘작도(猫雀圖)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여섯 마리 참새가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나무 아래 다소곳이 앉아 고개를 젖혀 나무 위를 바라보고 있는 검은 줄무늬 고양이와 나무에 매달려 잔뜩 웅크린 채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회색 줄무늬 고양이의팽팽한 긴장에 있다. 나무 위 녀석은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앞발로 나무를 꼭 움켜쥐고 뒷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이때 고양이들의 노란 눈동자와 하얀 콧수염의 세밀함, 분홍빛 코, 팽팽하게 긴장된 뒷다리 근육의 사실적 세밀한 묘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묘사가 얼마나 생생한지 금방이라도 녀석이 그림에서 튀어나올 것 같다.

게다가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화가가 고양이의 겉모습만 그린 게 아니라 고양이의 감정까지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명작임을 증명한다. 호기심에 찬 눈과 입, 얌전히 모은 다리와 우아하면서도 장난기 많은 얼굴은 잠깐 보기만 해서는 묘사하기 어렵다. 이는 어느 시인의 말대로 오래 자세히 관찰해 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지점일 것이다. 마치 멀리서 잠깐 볼 때와 가까이서 오래 볼 때의 차이 같은.

사실 사람들이 즐기는 인상파나 산수화가 있음에도, 사람들이 고양이나 개 그림에 열광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건 그림에 동물과 사람의 수평적 시선에서 비롯된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두 장의 그림에서도 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물 그림을 그리는 동기는 달랐지만 둘 다 고양이를 사랑했고 고양이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장수와 축원을 건넸으며 루이스 웨인은 자신이 고양이 그림을 그림으로써 생의 마지막까지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 그들은 겉만 그리지 않고 고양이를 통한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 그들이 그린 동물 그림이 사랑받는 이유 일 게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고양이 그림에서 또 다른 사랑의 의미를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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