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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산이 온통 푸릅니다. 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푸른 숲을 더 좋아합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도 그렇습니다. 화려한 꽃그림보다는 푸른 산이나 숲, 푸른 잎사귀에 마음이 기웁니다. 녹색의 푸름이 자연스레 제 마음에 안겨오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푸름을 보고 있노라면 꿈틀거리는 생명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을 통한 근원적 경험 때문일까요.

6월은 이 생명의 꿈틀거림을 생생하게 느끼는 달이지요. 한 쪽에선 한해살이 꽃이 피고 시들어가지만 녹색의 푸름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오르고 있습니다. 마치 앞을 향해 뛰어가는 청년의 활기찬 발걸음처럼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것이 그들의 청춘의 환호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즈음 저는 이 산에서 그들의 숨소리를 듣습니다. 젊음이건만 순수하고 담담한 표정에서 살아있음의 여백을 건네받습니다. 그들이 위안과 휴식을 인간에게 안겨 주고 있는 셈이지요. 마치 정원이 건네는 위안과 휴식처럼 말입니다.

문득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이 떠오릅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정원에서 30여점이 넘는 수련 그림을 그렸다지요. 그만큼 모네하면 수련을 떠 올리게 됩니다. 수련은 모네에게 중년부터 이어진 평생사랑이었지요. 말년에 녹내장에 걸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사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만개한 꽃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피어나도록 물 속 뿌리를 받쳐준 푸른 잎과 산소와 햇빛과 바람을 봅니다. 제가 꽃보다 잎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의 정원 연못에는 온통 생명 있는 것들로 꽉 차있고 물 밖에도 나무들이 무성합니다. 모네는 빛 속에서 사물들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즐겨 그렸다지요. 사실 본래의 모습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관념과 편견이 덧칠된 것인 경우가 대부분 아니겠는지요. 그래서 모네도 자신의 정원을 아는데 몇 년이 걸렸다고 하나봅니다.

오늘 오르는 산길에서 저 역시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져 보이는 잎사귀를 봅니다. 정면으로 바라보면 잎사귀는 녹 빛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에 따라 방향에 따라 그 녹빛은 색을 달리 합니다. 어떨 땐 금색이다가 노란색이다가 흰색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늘 속 잎사귀는 정면으로 바라본 색보다 더 검 푸러 보입니다. 그런데 매일이 똑 같지가 않습니다. 그 매일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우린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고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도 생명 안에 또 생명이 있기에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힘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그거 아세요 모네의 수련이 물 수(水)자가 아닌 잠들 수(睡)인거란 거를요. 수련은 태양빛이 아주아주 강렬해야만 물속에서 천천히 도도하게 올라와 화사하게 피었다가 빛이 조금이라도 시들해지면 물속으로 돌아가 잠들어 버립니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관계에 질질 끌려 다니지 말고 차라리 고독 속에 침잠하면서 내공을 기르라고 그것이 준엄한 생명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6월의 푸름은 제게 생명의 법칙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생명 속에는 죽음도 포함되어 있지만 죽음을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이 또한 생명의 힘일 겁니다.

녹색은 최초의 것이며 발아입니다. 녹색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영원성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도 죽어야 할 운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은 바로 생명 안에 있다는 게 녹색이 주는 메시지입니다. 그걸 우린 자연에서 분명하게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나무도 녹색의 힘없이는 녹색으로 될 수 없고 어떤 피조물도 이것 없이는 특별한 자연력이 없으며, 어떤 돌도 녹색 습지를 지니지 않는 것이 없고, 살아있는 영원 자체는 녹색의 힘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니까요. 푸름, 그 생명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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