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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돈'에 대한 얘기를 즐겨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얘깃거리로 마뜩잖다고 생각하거나 무관심이거나 돈에 대한 부정적 관념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내 경우도 돈은 '굳이'에 해당하는 별로의 주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돈은 지금껏 내 삶에서 불가피한 존재로 살아왔고 죽을 때까지도 살아 있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은 강하다. 요즘 이 '돈' 과 관련해 세상이 시끄럽다.

 철부지 같은 소리지만 결혼 전까지 돈에 대한 내 경제관념은 무르다 못해 전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운 좋게도 좋은 부모 만나 어렵지 않게 살았다는 말과 무관하지 않다. 밥이 어떻게 입에 들어오는지, 따뜻하게 입히려 부모님이 어떻게 애쓰셨는지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부모님이 자식에게 주는 당연함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늘 잔소리처럼 듣던 '아껴 써라' 속에 돈의 중요성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땀과 눈물의 공력 덕에 편하게 받아먹고 자랐음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사람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는 돈의 엄혹한 현실도 보게 되었다.

 롭 무어(ROB MOORE)의 MONEY라는 책에도 이에 공감할 내용이 있다. 미시건 대학에서 돈에 관련된 조사를 했단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가장 걱정을 하며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무엇이고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도, 제일 걱정을 많이 하는 것도 모두 '돈'이라고 답을 했단다. 물론 돈이 주는 혜택 없이 돈만 따로 떼어 놓고 본다면 돈만 있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더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능력과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돈만 있다고 행복한건 아니라는 얘기는 현실에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부자치고 돈 많아서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 있던가. 그러나 여기서 잠시 돈과 그 너머를 생각하게 된다.

 돈은 화폐이고 화폐는 계산 가능성을 지닌다. 계산 가능성이야말로 근대과학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이 계산 가능성이 더 구체적으로 시장에서의 판매 가능성으로 번역되면 그것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큰 특징이 된다. 그러나 화폐의 이 등가화 작용은 이중적이다. 그것은 한편으론 근대 이전의 신분적 차별적 위계를 철폐하는 것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계산 할 수 없는 것의 존재를 세계로부터 추방하는 배제의 체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돈의 이중적인 본질 즉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것과 경제적이고 정서적인 것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대할 것인가이다.

 돈은 삶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돈이 사람보다 위인 세상, 인간은 얼마나 가련한가. 정신을 주 교육으로 받았던 기성세대는 급속한 물질사회의 변화 속에서 미처 '돈'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 더 나가 정신적 가치도 잃어버린 듯 보인다. 부작용이 예견된 오늘인지 모른다. 세상에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가 돈 그 너머에 있음을 간과하지 말았어야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이 사랑을 건네며 정직과 양심으로 서로를 대하는 배려가 진정한 사람세상임을 잊지 말아야 했다. 부(富)는 돈만 관련된 게 아니라 배려, 그리고 나와 타인을 위한 봉사의 형식을 취한 행복이자 번영이라는 걸 생각했어야했다.

 4차 산업혁명화시대다. 돈의 흐름도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돈의 본질, 철학 법칙을 공부해야 한다. 돈이 평등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은폐되고 그늘에서 사악하게 자라지 않고 당당했으면 싶다. 순전히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벌고 쓰는 게 돈이 아니라는 걸 학교와 사회에서 경제교육 과목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돈에 대한 인식변화라는 것만이라도 그게 어딘가. 인간이 돈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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