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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파랑 색을 콕 찍은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시작부터 '파란나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그곳은 꿈과 사랑이 가득한, 천사들이 사는 나라이며 맑은 강물이 흐르고 울타리도 없단다. 파랑새도 있고 안데르센 동화도 무지개도 있단다. 꿈같지만 누구나 가보고 싶은 나라 그러나 현실에선 생각만 하게 되는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 가슴속엔 꿈과 사랑이 가득한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8살이 된 손녀는 요즘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다. 빨리 3월이 왔으면 좋겠고 자신이 고른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고 싶단다. 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단다. 그런데 아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 빼는 말을 하는 사람은 5학년인 제 오빠다. "얘가 몰라도 한참 모르네, 너 공부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동생도 이에 지지 않는다. "오빠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하는 말이지·

입학 축하기념으로 가방을 사러 손녀와 매장에 들렀다. 무슨 색 가방을 사고 싶으냐 물었더니 민트 블루란다. 블루면 블루지 민트블루가 뭐냐고 하니 파랑계열인 하늘색에 가까운 색이란다. 한참을 기웃거리다 민트 블루 색 가방을 발견하고 아이에게 손짓을 했다. 처음엔 "할머니, 이거야 이게 민트 블루란다. 그런데 한참을 거울에 비춰보던 아이가 왠지 도로 내려놓는다. 색은 예쁜데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단다. 결국 아이가 고른 건 하늘빛이 섞인 보랏빛 가방이었다.

사실 색 뿐이 아닐 것이다. 어떤 대상이나 심지어 사람에도 동경은 있을 수 있다. 내게도 파란색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보통 파랑이라는 색을 말하거나 파랑을 벽에 투사할 때 가장 자주 나타나는 연상은 하늘이고 그 다음이 호수가 뒤 따라온다. 내 경우는 바다를 제일 먼저 연상하게 된다. 내륙지방에 사는 나의 근원적 경험이 바탕에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보게 된 바다는 파랑의 깊고 푸름보다 더 멀리 상상의 세계를 건네주었던 것 같다. 파란색을 따라 가면 가없이 뻗어나간 수평선과 하늘의 푸름. 그런데 이상하게도 파란색은 눈앞에서 멈추지 않고 자꾸만 어딘가로 따라가 보고 싶은 유혹을 건넸던 것 같다.

나의 이런 감정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이멘달은 파랑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연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한다. "하늘과 바다로서의 파랑은 이미 자신의 본질적 특성이 끝없이 먼 곳과 심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사실 파란색에 대한 색이 미치는 이야기는 꾸준히 야기되어 왔다. 특히 동화는 소설보다 먼저 파란색에 대한 상징성과 심리적 영향을 이야기 해왔다. 그림형제의 푸른 빛, 푸른 수염에서도 알 수 있다. 이어 낭만주의 시인 노발리스의 '푸른 꽃'에서도 푸른 꽃은 경이로운 미지에 대한 동경이라 부르는 것으로 상징화한다.

그렇다면 왜 파란색은 꿈같은, 동경의 의미로 우리들을 유혹하는 걸까. 파랑은 우리가 근원으로 부르지만 근원이 없는 색인데 아마도 우리가 파랑에서 지상세계가 아닌 즉 끝없이 장중한 화음을 이루는 천상세계에 대한 심오한 영적인 관련성을 감지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파랑은 하늘을 통해 작용하는 신비한 신의 영역으로도 상상한 것은 아닐까싶다. 중세 그리스도교에서도 파랑을 천상의 색으로, 현장법사가 들렀던 인도의 바미얀의 석불에 파랑색이 칠해진 것이 우연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드는 이유다.

색이 마음을 움직인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색은 일상에 영향을 미쳤고 아니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왜냐면 마음은 '색'이라는 감각을 통하여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지 않은 것에 대하여 꿈을 꾸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좋은 삶과 무관할 리가 없다. 3월, 꿈꾸는 파랑이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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