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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이 아주 먼 곳으로 떠났다. 그분은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선한사람으로 지극히 모범적이고 성실했다. 늘 수수한 차림이었던 지인은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에게 그지없이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좋은 일을 하고도 내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유나 으스댐 같은 언어를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 그가 건네는 배려의 말과 행동은 진실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내 눈에 비친 그분 모습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내내 환하게 웃던 사진 속, 고인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좀 더 살갑게 대해 드렸어야했다. 고인이 떠나고 나서야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허술한 인간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여태 나는 그를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다는 것도 상대 자체의 진실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 맞는 몇 가지 정보를 상대의 전체로 착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어떤 사람도 완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도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완전히 헤아리지 못한다. 그저 안다는 착각아래 잠시 부대끼다 제각각 떠나갈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한 덩어리의 어리석음과 또 한 덩어리의 어리석음의 충돌에 불과한 것일까. 사람과의 만남에 기적 같은 미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 대부분은 갈등과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사람이나 선의의 혹은 정의 같은 좋은 말들은 영원히 유예되는 약속처럼 지켜지지 않은 채 공허하게 이어지고 인간은 대체로 앞 세대가 했던 과오를 범하게 된다. 그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그렇다.

그러니 삶이, 사람 사이란 게 얼마나 수수께끼인가. 우린 누군가를 이해하고 안다고 쉽게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이, 사회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삶의 본질사항을 실천하며 산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 아니 오늘이라는 24시간 속에서 나는 정녕 살았다고, 살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내 삶은 삶다운 것이었는가.. 그 물음에 대답은 내 자신의 생애를 다 말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러나 바로 이 한계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그래서 조금은 겸허하게 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윤리는 그것이 경전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삶의 이 같은 근본적 제약 때문에 그리고 인간의, 나 자신의 근본적 어리석음 때문에 절실함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5월의 초록빛 신록이 눈부시다. 산에는 아카시아꽃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향기는 낮은 물론이거니와 밤이 되면 미세먼지를 뚫고 대기를 안온하게 뒤덮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은은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에도 사람들은 무시로 세상을 떠나고 한 생명이 떠나는 순간에 또 어떤 생명은 태어나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흙과 흙 사이에 잠시 자리하다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잠시, 현실에 대해 인간과 세계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한가. 이렇게 알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겨우 알만하고 친근할만할 즈음 우린 떠나게 된다. 하물며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그럼에도 사람이 사람답게 걸어가야 할 선의의 길이 있다는 생각이다. 선의의 길이란 인간 삶의 근본적 불충분에 대한 자각이다.

두려운 자각속의 말없는 실천이야말로 삶을 참으로 살만한 것이 되게 만드는 고귀한 일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희생이 따른다. 왜냐면 두려운 자각, 희생 없이 인간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고 선한 일을 행하며 아름다움을 잊지 않는 일 그것에서 인간은 '깊은 행복'을 느낄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사는 분들을 존경하고 경모한다. 선의의 희생 없이 누군가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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