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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목련을 보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하는 '4월의 노래'다. 곡도 아름답지만 가사가 더 아름다워 좋아한다. 중1 때였다. 이 노래를 알게 되면서 작가 괴테를 알게 되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도 읽게 되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 사랑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을 등진 베르테르. 수십 번의 목련이 피고 진 올 4월, 베르테르를 다시 만났다.

젊은 베르테르는 여전히 한 여인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그 옆에 또 한 사람, 괴테가 앉아 있다. 그런데 베르테르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쩐지 애잔해 보인다. 언뜻 젊은 날의 괴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게 다가가 묻는다. "괴테 선생님, 왜 베르테르의 생을 빨리 마감하게 한 거죠? 그래서 그의 고통이 해결됐나요? 잠시 후 괴테는 인간존재의 비밀이 무엇에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라 한다. 베르테르를 처음 만난 봄밤이 생각난다. 중1 소녀에게 베르테르의 사랑과 죽음은 놀라웠고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약혼자 있는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 목숨을 끊는다는 것 꼭 그래야만 했을까.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간은 내게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존재하며 그 사랑으로 인해 성장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여기에는 일이든 사랑이든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에 방점이 있다. 물론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사랑의 아쉬움, 안타까움, 고민 이런 것들로 생기는 상처 등이 어찌 동반하지 않았겠는가. 모난 돌이 둥글게 되어 가는 과정이 사랑에도 있는 것이다. 결국 여러 번 부딪혀야 자연스러워지는 것이고 이 자연스러움만이 자연은 자연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하는 중요한 목록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얘기에 혹자는 사랑에서만큼은 열정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이 삶과 동떨어진 별나라에서만이 이루어지는 거냐고 되묻고 싶다. 아마도 이 점을 괴테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괴테는 많은 사랑을 경험했음에도 지혜롭게 대처하고 행동했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설정한 베르테르는 한 사람만을 사랑했으나 실패했다. 애정관이 닮았던 두 사람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는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고 말한다. 아무리 사랑이 지고지순했다 해도 짝사랑의 도덕적 현실을 이겨내기엔 너무 고통이라는 거다. 더구나 베르테르는 사랑에 빠져 자신의 모든 삶을 불태우지 않았던가. 베르테르가 택한 방법은 자연스런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 고통이 해결될 수 있는가 말이다. 상처도 고통도 그 자체인 것. 피한다고 죽는다고 가능하던가. 지나야 할 것은 지나야 한다. 삶이 그렇듯, 사랑도 여러 과정이 있다. 만남- 사랑 ·행복- 고민을 지나 때론 이별과 만남-연인관계 종결등 일반적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워 진다고 생각한다. 괴테는 이점을 여러 사랑을 통해 노력했고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우매한 선택을 하는 젊은 날의 청춘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생각된다.

사람은 사랑 속에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삶이 그렇듯 만나고 싶다고, 이루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설사 사랑을 이뤘다 해도 행복할 것이라는 단언도 못하는 게 사랑의 두려움 아니던가. 때문에 사랑은 일부러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워야한다. 그래서 사랑은 살아 있는 한, 해야하는 할 수밖에 없는 삶의 양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이 왜 사랑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괴테의 글에 공감하는 이유다.

우리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사랑으로/ 우리는 어떻게 소멸하는가 사랑으로/ 우리는 무엇으로 자기를 이겨 낼 수 있는가 사랑의 힘으로 / 우리는 무엇으로 사랑을 찾을 수 있는가 사랑의 빛으로/ 우리는 무엇을 밤새울 수 있는가 사랑의 감동으로/ 우리는 무엇으로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는가 사랑의 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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