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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간혹 그럴 때가 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여기는 낯익은 관념에 대한 의문이다. 이를테면 쓰레기통이 쓰레기를 모아두는 통이라는 지극히 사실적 관념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는 얘기다. 과연 쓰레기라함은 어떤 걸 말하는가. 흔히는 쓰레기에 대해 쓸모없게 되어 버려야 될 것들이니 쓰레기통에 넣는 게 맞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통 안에 모아지는 쓰레기들은 쓸모없게 되어 버려야 할 것들만 있냐는 물음엔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이다.

이 쓸모 있다라거나 없다의 차별이 애매모호 하다는 걸 육감적으로 느낄 때가 있다. 어느 날 무언가 집어넣으려는 순간 누군가 내 팔목을 잡는 것처럼 멈칫할 때가 있다. 산책길 굽어지는 길이나 공원 의자에 앉았다가 건너편에 놓인 쓰레기통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어느 날도 그랬다. 음료수병을 넣으려는데 또 누군가 팔목을 잡는다. 선뜻 병을 넣지 못하고 쓰레기통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몇 번인가 통 속에서 인기척이 나기도 하는 것 같고 몇 차례 그의 몸속으로 무언가 던져지는 동안에도 그는 요지부동이다. 제 몸으로 던져진 것들에 대해 싫다 좋다 내색이 없다. 그러나 내가 상상하는 그의 몸은 무언가 허물을 벗고 들썩거리고 꺾어지거나 포개지며 질탕해져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간간이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하고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무언가 그들만의 비밀을 주고받는 듯 한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쓰레기통은 수많은 쓸모없게 된 것들의 비밀회합 장이다. 아니 고해성사실이기도 하다. 광장이다. 일상의 진실에 목말라 하는 깊은 동굴이다. 이것은 스스로 성찰하는 자가 엎드려 귀 기울이는 명상의 입구다. 이것은 일기다. 자질구레한 일상의 매 순간에 내재한 율동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깊은 우물일 수도 있다. 이것은 버려진 것들의 감옥이며 반란이 잉태하는 블랙홀과 같은 깊은 구멍이다. 이것 속에서 나와 너, 나무와 철새, 폭풍과 나비, 물잠자리와 소 떼들은 단절하거나 소통한다. 이것 속에서 푸르른 초원이 태어나거나 고립무원의 황무지가 태어난다. 이것은 이미 죽음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 살아 있었던 것들이 남긴 녹취록이다.

쓰레기통으로부터 건져 올려진 비유의 말들은 도무지 바닥날 줄 모른다. 억눌린 것들이기에넘치려 한다는 말이 사실일 것이다. 왜냐면 고정되어 있는 것들은 움직이려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외부의 시선으로 인해 변방으로 규정지어진 것일수록 그 말들은 열렬해진다. 열렬하게 침묵하거나 열렬하게 토로한다. 열렬함은 놀라운 생의 에너지이다. 쓰레기통은 자기 속으로 던져지는 것들을 열렬하게 받아 안음으로서 자기 생의 변방을 넘어선다.

그는 자기 몸, 자기 생 속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있는 그대로 까발려진 비속함과 남루함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 껴안는다. 스스로를 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이며 스스로 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준다. 어찌 보면 쓰레기통은 낙관주의자다. 그런 그의 넉넉함과 긍정이 있기에 그가 발산하는 이 열렬한 토로가 나를 즐겁게 한다. 또 나를 긴장시킨다. 때문에 문득문득 나를 반성하게 한다. 쓰레기통에는 부정된 것들을 긍정하는 힘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할 수 있는 한 쓸모없다 버려지는 것들에 새 생명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라는 걸 다시 확인한다.

쓰레기통 속에는 내 일상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며칠간의 내 생활이 낱낱이 기록된다. 속일 수가 없다. 내가 먹고 배설하고 기록하는 모든 것들. 내 입맛, 사소한 습관, 내 부주의함까지 쓰레기통은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그는 나로부터 부정되고 쓸모없다 여겼던 것들을 껴안는다. 아무리 하찮은 작은 사물이라도 생명이 다하기 전 까지는 쓸모있는 존재라고 열렬히 격려하고 있다. 선인들의 글귀에 "지금 우리가 먹는 것, 쓰는 것 모든 것들이 어디서 누구의 수고로운 손을 거쳐 온 것인지 먼저 생각하라"를 생각한다면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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