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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19 14:23:36
  • 최종수정2023.12.19 14:23:36

홍성란

수필가

"엄마! 캄캄해서 무서워요…! 유난히 어둠을 무서워했을 아이는 그렇게 짧디짧은 세상을 뒤로 하고 먼 길을 떠났다. 아이는 이제 겨우 5~6세. 1500년 전에 요절한 신라시대의 왕자로 경주 금령총의 주인이다. 비탄에 젖었을 왕과 왕후를 그려본다. 이 어린것을 어떻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다시 만나리란 믿음으로 눈물을 삼킨다. "아가! 조심해서 잘 가렴, 다시 태어나면 내게 와 주렴." 왕과 왕후는 왕자가 타고 갈 말 인형과 하인 인형, 아이를 지켜줄 말 탄 무사의 인형을 무덤 속에 동행자를 넣는다.

살아있는 이들이 세상 떠난 이들을 위해 묻어준 유물들이 1500년 세월을 거슬러 세상에 나왔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에 나온 총 330여 점의 유물들은 토기와 토우로 함안 고분과 신라시대의 주된 전시품이다. 유물은 죽은 이들이 살아서 사용하던 그릇을 흙으로 만들었거나 생전에 가까이했던 반려동물의 모양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흙 인형들이다. 또 산, 강이나 바다에서 노닐던 생물도 있다. 물론 신라시대에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늘 전시된 토우와 토기는 퍽 사실적이고 소박하다 싶다. 사실 처음 토우들을 보았을 땐 어린아이가 만든 것처럼 조악해 보였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신라 사람들이 대상의 행동과 핵심 특징을 놀랍도록 정확히 포착해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보였던 토우는 저승길을 안내하는 새였다. 저승의 강을 건널 배와 먼 길 말과 수레를 타고 가라는 의미의 토우들이 보이고 어둔 길을 밝히는 등잔 그릇도 나와 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이들과 함께 살아간 사람들과 하늘 땅 바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의 모습도 세밀하게 빚어 놓았다. 모두 떠나는 이들을 위한 따듯한 배려로 이승과 저승을 별것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 얼핏 의문이 든다. 이런 것들이 죽은 이에게 의미가 있었을까. 과학적으로 보면 시대적 풍습에 한 면일지 모르는데. 그럼에도 분명해 보이는 건 신라인들에게는 이런 것들에 의미가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믿음의 흔적들은 세상을 떠나는 이들을 위해 신라인들이 어떻게 보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표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 유물이 긴 목 항아리다. 항아리 토우에는 사람들이 살아온 기억을 파노라마처럼 재현하고 있다. 물론 지나간 순간이지만 내세에 간직하고 싶은 좋은 기억들을 토우로 만들었을 것이다. 여기엔 죽음으로 인한 마이너스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플러스로 극복하고 죽은 사람이 또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깊은 곳에 자리한 원초적인 축제 인식이 반영되었다. 그들의 인식대로 정말 그럴까.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축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죽음이 마냥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고 꼭 그 사람이 아니라도 한 생명이 부활하는 것이니 슬퍼만 하지 말라고. 어쩌면 생과 사는 늘 함께 살고 있는 거라고 보듬는 건 아닐지. 그리하여 어둡고 무서운 길, 편히 갈 수 있게, 위로와 배려의 표시로 유물들을 넣어 주었던 건 아니었을까.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생과 사 또한 그렇게 돌고 도는지 모른다. 생각하면 지금의 생에 아등바등 매달릴 이유가 없지 싶다. 어차피 유한한 인간의 생이다. 영원한 여정을 떠나고 싶다고 떠나는 것도 아니며, 떠나기 싫다고 그대로 머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내 곁의 사람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어쩌면 그들은 살아서도, 영원한 여정에서도 동행자 아닐까. 서로서로 "가는 길 조심히 가시길, 어디를 가던 부디 잘 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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