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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나무는 땅에서 거의 뽑혀 있었다. 뿌리의 일부는 허공에서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둥치는 꺾여 있었으며 나뭇가지들은 하나 같이 잘려 있었다. 그런데 잘린 나뭇가지마다 시든 잎들이 가득 붙어 있다. 공원조성이라는 개발논리 앞에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나무의 운명. 잘린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시든 잎이 바람에 파르르 떠는 모습은 왠지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언제부턴가 아파트가 들어서고 산이 개발된다는 소식은 들었었다. 그러나 현장이 정확히 그곳이란 건 몰랐다가 오늘 알게 됐다.

 여기저기 노란 깃발이 꽂히고 수 십 년 묵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산 곳곳마다 걸린 안내현수막과 공사흔적이 사실이라 말한다. 삶의 힐링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쩐지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힐링은 치유다. 편협한 생각인지 모르나 힐링은 자연적이어야 순수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순수한 치유가 무엇인가. 인위가 배제된 자연 속에서 스스로 찾는 것이리라. 스스로 찾는 다는 것은 편함을 버리고 수고를 기본으로 한다. 이미 산이 거기 있었고 나무들이 그곳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고 본다. 물론 사람들이 오르기에 편하게 계단을 만들고 멋있는 상징물을 설치하면 일시적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편하게만 오른다고 그것이 다 일까.

 편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수많은 나무들이 사라지는지. 그나마 남아있는 순수인성이 고약해지는 건 아닌지. 더 중요한 건 돈으로 사지 못하는 게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럿 중에 하나가 숲이라는 걸 역사적으로도 실생활에서도 여러 번 체험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리 자주 잊고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연연하는 걸까. 인간의 논리와 땅의 논리가 가진 태생적 다름이란 말일까.
 산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저만치 보이는 가로수들이 잎을 모두 떨구고 서 있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자연스런 한 생을 마쳤다.

 문득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의 주인공 그래버의 인상적인 말이 떠오른다. "나무는 우리를 가르치고 있어. 나무는 자라서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지. 비록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일부는 땅 속에 조금이나마 뿌리를 뻗고 일부는 계속해서 잎과 꽃을 피우지. 나무는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면서도 결코 비통해하거나 자신을 동정하는 법이 없어."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조금이나마 뿌리를 땅속에 뻗어 놓는다고 했다.

 그에 비해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간의 도덕과 가치가 혼란하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비통해 하는 게 요즘 시장의 논리이다.

 조금이나마 뿌리를 땅속에 뻗어 놓기보다는 한방에 모두를 이루려한다. 미래보다 현재에 목을 매기 일쑤다. 어찌 보면 격정적이고 이기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여분의 뿌리를 저장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지나친다. 삶에 쫓기고 허둥대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다 맞다고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기적이기 때문이리라.

 얼마나 이기적이면 어떤 식물학자는 만물의 영장은 식물이라고도 주장한다. 왜냐면 동반성장을 하는 식물에 비해 독단적 성장을 원하는 생존방식 때문에 비롯된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린 인간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그 나름으로 귀하다. 그렇듯 우리가 사는 이 땅과 하늘도 우리가 잠시 빌려 쓸 뿐이다. 그러니 다음 세대에게 다시 물려줘야 한다. 지금의 삶이 원래부터 그래왔던 것이 아니듯 또 영원히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의 도덕과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을 더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소중한 삶의 목록들이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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