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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금과 은만 반짝이는 게 아니다. 인생에도 있다. 그걸 색으로 말한다면 은색일 게다. 은색은 다른 색과 달리 반짝인다. 반짝이니 쉽게 다가서기가 어렵다. 그러니 다른 색과 함께 있을 때면 돋보이는 게 은색의 특별함이다. 아무리 봐도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다는 건 무언가. 그만이 지니고 있는 자존적 빛깔을 지니고 있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매력을 지니고 있었던 걸까.

은(銀)으로 만든 사물을 처음 본 것은 외가댁에서였다. 놋수저를 사용하던 다른 식구와는 달리 외할아버지께서는 은(銀)수저로 드셨다. 그때 어린 눈에 비친 은은 특별함 자체였던 것 같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위엄을 불러 일으켰던 반짝임 그러나 닦지 않으면 추하게 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끔 은이 귀금속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하게 된다.

은(銀)은 광물인데도 이상하게 상상 속 낡은 미신과 엮인 이야기가 많다. 은색은 시원하고 밝으면서도 부드럽게 완화된 색조로 인하여 달과 호수나 바다의 물 위에 투명되는 달빛을 연상시키며 밤하늘의 별빛도 생각나게 한다. 은색은 물 위에 비치는 빛의 광택으로서 태양과 흰색 구름을 통해서 빛을 발하며 또한 눈이 햇빛에 반짝일 때도 나타난다. 그것엔 은이 품고 있는 밤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은빛은 은은한 달과 얽힌다. 은은 광내기와 산화의 주기를 달이 차고 지듯 되풀이 한다.

마치 우리네 삶의 주기를 닮았다. 삶의 주기는 늘 변화의 연속이다. 은(銀)의 상징성은 항상 변화와 정화와 관련된다. 순수한 은은 다양한 비금속류와 암석, 다른 금속들과 섞여 있으며, 석탄제와 혼합되어 있다. 마치 인간의 본질적인 것도 우선 다양한 비본질적인 것과 불필요한 것들과 섞여 있듯. 완성된 은이 되려면 세공사의 용광로에서 은의 열로 정화된다. 그런 다음 순수한 광채와 변조되지 않은 음향에서 은의 순수함과 정화가 알려진다.

순수함과 정화는 인간과 연관이 깊다. 성서에서는 신부 리브가를 위한 선물로 선택한 것에 은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그녀의 오라버니와 어머니에게도 선물을 주었다고 창세기에 나온다. 여기엔 결혼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흰빛을 발하는 은은 순수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순수함과 정화가 왜 은과 연결이 되었을까. 여기에는 은이 인간이 지향하는 순수와 정화의 상징적 사물로 보는 관점이 있고, 고대에서는 은빛을 생명의 원천이라고 믿었던 이유가 성서에 나온다.

성서는 인간의 정화를 이러한 과정에 비유하여 전하고 있다. 인간은 인생의 불에서 녹아야 되는데 사랑과 열정과 위대한 수난을 통하여 그렇게 함으로써 비본질적인 것과 본질적인 것이 나누어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금속정화의 비유는 바로 인간영혼의 정화이며 은은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은나무의 형태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그것은 또한 철학자의 나무나 달의 여신 다이아나(에르테미스)의 나무로 불린다. 달은 은색의 셀레네, 달의 여신은 생명체의 어머니며 출산의 여신이라고 믿었던 것. 은은 신성한 결혼식의 밤별로 반짝이는 데 바로 보름달이다. 이슬방울과 눈물은 은빛을 발한다. 은은 삶의 용광로에서 사라지지 않으며 최고의 순수함으로 걸러지는 금속이라고 전해오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반짝이는 시절이 있다. 그리고 오래도록 반짝이길 소망한다. 그러나 반짝임을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소중함을 놓쳤거나 지나쳤거나 본질보다 비본질만 보는 바람에 변질 되었을 수 있다. 은(銀)이 귀금속이 되기까지 거쳐야 할 연마의 단계가 있듯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왕관을 쓴 사람은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하고 영화의 자리엔 늘 고통과 수고가 따르게 마련이다. 정화와 순수를 향한 쉼 없는 영혼의 닦음질이 본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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