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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흙빛은 얼른 보면 과하게 수수하고 너무 평범해 보인다.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무덤덤한 표정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따듯해진다. 아주 검지도 밝지도 않은 그냥 있어왔고 보았던 익숙함 때문일까, 어쩌면 이 익숙함 당연함 때문에 흙색은 사람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흙빛으로 만든 인간상은 바빌론부처 이슬람 까지 많은 종교 문화권에서 영감의 상징이었다.

성경에서도 "흙에서 온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했을 정도로 흙빛은 인간과 뗄 수 없는 산소와 같은 색이지만 현실에선 그보다는 진흙 먼지 거절의 색으로 받아들였었다. 심지어 빨강이나 노랑 파랑과 같은 색보다 훨씬 대접을 못 받았다. 왜 일까 이 역시 늘 인간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 그런 당연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기가 당연한 것처럼 땅도 당연히 있어온 있는 자체만으로 귀하게 생각지 못하는 불찰 때문일 게다. 변덕스런 사람들은 자주 보지 않은 특별한 것에 더 관심을 쏟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 르네상스가 지나고 나서야 갈색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는 걸 봐도 갈색 계통의 흙빛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이 간다. 카라바조나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나타나듯 그제서 갈색은 숨을 쉬게 된다. 갈색은 그 색조 때문에 대접 받지 못하지만 알고 보면 간단한 색이 아니다. 갈색 계열은 카키 버크 팔로우 러셋 세피아 언더 엠버 머미 토트라는 명칭으로 조금씩 차별화 된다. 색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기 전엔 알지 못했던 여러 명칭들이다. 그럼에도 갈색 계통은 무지개나 단순한 색 상환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즉 사람들로부터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내 경우도 어려서 갈색 계통을 밤색이란 이름으로만 알았고 커서는 브라운 갈색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 색의 무지가 얼마나 컸던가.

내가 갈색 계열의 흙빛에 대한 아름다움을 시리도록 느낀 것은 중국 여행 때다. 그 때 지인이 물었던 질문이 떠오른다. 흙빛과 가장 어울리는 게 어떤 색이냐는 거다. 그때 난 초록색 아니겠냐고 답했다. 무슨 이론이나 과학적 지식에서 나온 답이 아니었다. 그냥 시각적으로 나온 터였다. 그건 막막한 땅에 드문드문 초록의 잎들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 십 년이 흘러 요즈음 느끼는 생각은 그 육감적이고 시각적 답이 많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사계절을 통해 바라 본 땅과 하늘 나무와 꽃 그리고 아름다움의 시선의 변화에서 천천히 알게 된 느낌일 것이다. 생명과 죽음을 오롯이 담고 있으니 그러하다.

갈색 계열의 흙빛의 원형은 자연인 땅이다. 인간은 자연의 원형을 벗어나기 어렵다. 왜냐면 그 원형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가기 때문이다. 유한한 생명인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 다시 흙과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땅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갈색 계열의 흙빛은 나 홀로 색이라기보다 다른 색을 받쳐주고 도닥이는 색이다. 우연일지 모르나 갈색은 그림의 밑그림이나 스케치에 쓰였다. 선사시대 동굴에서도 볼 수 있다. 너도 밤나무 진액으로 그렸다. 흙빛을 사용하기 위해 외젠 들라크루와도 파리 시청 벽화 그릴 때 미라가루를 사용했단다. 이유는 초상화를 그릴 때 피부색에 반투명한 광택제로 추천되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색이 갈색계열의 흙빛이었기 때문이란다.

한 쪽을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해선 누군가 혹은 한 쪽은 배경이 되고 받침이 되어 줘야 한다. 역으로 배경을 드러내기 위해선 하나의 풍경이 죽어야 배경이 살아난다. 여기에는 영원이란 게 없다. 다행스럽게도 신은 한 쪽 만을 두둔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공평한지도 모른다. 대지의 흙빛과 갈색 계열의 색들은 도드라지기 보다 배경이 되고 받쳐주는 색이란 생각이다. 흙은 땅은 인간에게 그런 색이며 존재이다. 그 땅을 밟고 다니건만 우린 흙빛이 건네는 슴슴한 미소를 늘 지나치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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